저작권 관련 쟁점


보호기간 연장

    (가) 미국의 소니보노법과 이에 대한 미국내 비판


    현 재 베른협약 및 세계무역기구 트립스협정에서 요구하는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 사후 50년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개인 저작물의 경우 저작자 사후 50년간, 법인 저작물의 경우 최초 공표시로부터 50년간 저작권을 보호한다.  그러나, 미국은 1998년 ‘소니보노저작권보호기간연장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현재 저작권법상 저작권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법인 저작물의 경우 최초공표일로부터 95년으로 연장하였으며, 이 법을 토대로 싱가포르, 호주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서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해 왔다.


    그 러나 소니보노법은 월트디즈니사의 강력한 로비에 의해 등장한 것으로, 입법 당시부터 미국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미키마우스’의 보호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법이라는 의미에서 ‘미키마우스법’이라는 조롱을 받았으며, 엘드레드 v. 애쉬크로프트 위헌소송사건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소니보노법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퍼블릭 도메인 확대 법안(Public Domain Enhancement Act)’이 제출되기도 하였다.  한편 미국에서는 소니보노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저작권 보호기간의 단축이나 저작물별 저작권 보호기간의 차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로렌스 레식 교수는 자신의 저서 ‘Future of Ideas’에서 저작권 유효기간을 5년마다 한 번씩 갱신하는 조건으로 저작물 출판일로부터 최장 75년으로 하자고 제안하였고, 또 다른 저서인 ‘Free Culture’에서는 저작권 보호기간에는 기간이 짧을 것, 간단명료할 것, 갱신을 의무화할 것, 소급적용이 불가능할 것 등의 4가지 원칙이 있어야 함을 제시했다.  그는 여기서 1976년까지 평균적인 저작권 유효기간은 출판 이후 32.2년에 불과하므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단축할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쓰고 있다.  또한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14년으로 하자는 제안을 지지했고, 미국 내에서 저작권 유효기간을 특허의 기간과 동일하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도 자국 내의 현존 저작권보호기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그 근거법이 법제정 때부터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었고 무효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문제 많은 법안에 근거하여 국내법을 변경하게 된다면 한국에서는 더 큰 문제와 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논거 및 이에 대한 비판


    저 작권 보호기간 연장 찬성자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작권도 재산권에 속하는데 재산권의 일반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상당한 기간 또는 영속적인 보호기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둘째,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경우에는 그만큼 창작의 유인을 증대시킬 수 있다.  셋째,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었기 때문에 보호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본래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한 것은 저작자와 자손 2세대까지 보호한다는 의미였다.  넷째, 디지털 네트워크 등 기술발달로 인한 저작권 침해를 상쇄시키기 위하여 보호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그 러나 이에 대한 반대 논거도 많이 존재한다.  첫째, 경제적인 보상만이 창작의 동기와 유인책을 제공해주지는 않으며,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이 실제로 창작의 활성화와 연결된다는 실제적인 증거도 없다.  둘째, 대부분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실제 저작자들이 아닌 이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기업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간 수명의 연장과 자손 2세대의 보호를 위하여 보호기간을 연장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그다지 타당성이 없다.  인간의 수명이 그렇게 비약적으로 증가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미국의 보호기간 연장법이 논의되던 당시 1980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불과 2년 증가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셋째, 보호기간 연장은 저적물을 공공영역화하는 시기를 지연시켜 이를 이용하려는 이용자들은 저작권자를 찾고 교섭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공익적 가치에 반한다.  또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여 문화의 다양성을 저해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호주 FTA 당시 호주의 ‘Allan Consulting Group’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보호기간 연장으로 인한 비용(costs)적 측면으로 1) 공유영역 감소로 전체 사회후생이 감소한다는 것(Deadweight Costs), 2) 보호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저작권자를 찾기 위한 추적 비용(Tracing Costs)이 증가한다는 것, 3) 보호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권리 입증에 관한 증거들이 소실되어 저작권의 집행 비용(Enforcement Costs)이 증가한다는 것, 4) 저작권자에게 지나치게 이익을 부여한다는 것, 5) 저작권 수입국인 호주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는 것, 6) 저작권의 지나친 보호는 자원 분배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것, 7) 정부 정책을 이용하여 저작권의 독점을 강화하려는 지대추구 비용이 증대한다는 것(Rent-Seeking Costs), 8) 저작권의 독점적 성격의 강화로 독점 비용이 증대한다는 것 등을 들고 있으며, 경제적 효과분석의 결과 호주 저작권자들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대한 반대


     보호기간 제한의 취지


    소 유권과 달리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은 인류공동의 자산이라는 저작물의 성격에 기인한다.  저작물은 저작자의 창작적 노력의 소산이지만 저작물의 창작 과정은 선인들이 쌓아 놓은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저작자가 창작한 저작물은 그것이 공표됨에 따라 다시 후세의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새로운 저작물을 낳는 결과가 생긴다.  이렇듯 저작물은 인류공통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자에게 아무런 시간적 제한없이 저작물의 독점적 이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저작권 보호기간을 두는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를 보호하여 창작을 유인함과 동시에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저작물을 공공 영역에 편입시켜 새로운 창작의 토대를 풍부하게 하려는 것이다.


     보호기간 설정 기준


    그 렇다면 어느 정도의 보호기간이 타당한가?  보호기간은 각 국의 문화 수준, 보호기간을 정한 취지, 저작물의 성격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저 작권 보호의 본래 목적은 저작권 보호를 통한 각 국의 문화발전에 있으므로 보호기간의 설정도 각 국의 문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기간은 각 국의 문화 발전 수준에 따라 달리 정하여 지는 것이며, 조약을 통해 각국에서 일률적인 보호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므로 조약에 의하여 보호기간을 정하더라도 각 국간 최소보호기간을 정하고 그 외의 연장 여부는 각 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 한, 보호기간을 정하는 데에는 그 보호기간을 둔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하여, 저작권자에게 충분한 창작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면서도 저작물이 공중에 의하여 이용될 가치가 있는 기간 내에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될 필요가 있다.  이용 가치가 없어져 버린 저작물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저 작물은, 음악, 미술, 문학, 학술, 소프트웨어, 건축 등 분야와 형식이 다양하여 보호기간을 저작물에 따라 각기 달리 설정할 필요가 크다.  가령 소프트웨어는 문학저작물보다는 더 짧은 기간으로 보호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기술주기가 단축되고 있어서 이윤의 회수기간도 매우 짧고 또한 저작자 사후 50년이라는 장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전혀 필요 없는 것이 되어버려 공공영역으로 편입시킬 실익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소프트웨어를 저작자 사후 50년간 보호한다는 것은 보호기간의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호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20년간 보호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다른 저작물에 대해서도 보호기간을 영구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호기간 연장의 본질


    미 국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게 된 계기를 보면 보호기간 연장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함의가 좀 더 분명해 질 것이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된 것은 미키마우스의 보호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월트디즈니사의 로비 때문이었다.  출판 시장을 돌아보면, 출판한지 10년 안에 거의 대부분의 출판물이 절판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류열풍을 타고 상품화되는 가요나 영화도 대부분은 판매된 지 수년 내에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저작권 보호기간은 종료되고 만다.  그렇다면 저작자 사후 수십년 동안 저작물을 보호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저작물의 경우에는 무의미한 것이다.  예외는 있다.  수백년에 걸쳐 팔리는 세계적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의 경우에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은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에 의해 창작의욕이 촉진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와 같은 위대한 정신적 산물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라는 경제적 기대를 통해 생산되리라는 것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러저러한 찬성 논거에도 불구하고, 결국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연장하는 진정한 이유는 월트디즈니사와 같은 미국 문화자본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로열티의 회수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초국적 문화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 사회의 문화정책을 희생할 수 없다.  몇 가지 예외적인 저작물의 보호를 위하여 대부분의 저작물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며, 문화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따 라서 우리는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에 반대하며, 오히려 저작물에 따라 저작권 보호기간을 차별화하여 대폭 단축하자고 주장한다.

기술적 보호조치

    (가) 기존 조약 및 현행 저작권법 규정


    현 재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조약 및 실연·음반조약에서는 “체약국은 이 조약 또는 베른협약상의 권리의 행사와 관련하여 저작자가 이용하는 효과적인 기술적 조치로서 자신의 저작물에 관하여 저작자가 허락하지 아니하거나 법에서 허용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를 우회하는 것에 대하여 충분한 법적 보호와 효과적인 법적 구제 조치에 관하여 규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저작권법에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에 대한 침해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그 권리자나 권리자의 동의를 얻은 자가 적용하는 기술적 조치”(제2조)로 정의한 뒤, “정당한 권리없이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거·변경·우회하는 등 무력화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서비스·제품·장치 또는 그 주요부품을 제공·제조·수입·양도·대여 또는 전송하는 행위는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침해로 본다.”(제92조 제2항)고 규정하여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수단 제공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의제하고 있다.


    저 작물에 대한 접근은 저작권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저작권자로서도 저작물에 대한 만인의 접근 자체를 막을 법적 권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의 복제나 전송 등 저작물의 특정한 이용행위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저작자의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자는 저작물의 이러한 특정 이용행위만을 금지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위 저작권조약에서 기술적 조치를 “이 조약 또는 베른협약상의 권리의 행사와 관련하여 저작자가 이용하는” 것이며 “자신의 저작물에 관하여 저작자가 허락하지 아니하거나 법에서 허용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 조약의 규정은 우리 저작권법이 반영하고 있듯이 저작물에 대한 이용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의 우회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


    (나) 미국법 및 미국 FTA 중 관련 규정


    반 면, 미국 저작권법(DMCA)은 기술적 조치를 접근통제적 조치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한 뒤,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를 직접 우회하는 행위와, 접근통제적 기술조치 및 이용통제적 기술조치의 우회수단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체결한 FTA에서도 미국법에 따라 위 조약의 수준을 뛰어 넘는 과도한 금지를 설정하고 있다.  대신 미국법에서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8가지 예외를 두고 있는데, 예컨대 호환성 연구를 위한 제한된 리버스엔지니어링, 보안연구, 암호화 및 그 해독에 관한 연구, 정보수집이나 법집행 목적의 정부 행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예외는 매우 제한적이고 애매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도대체가 어떠한 행위가 허용되고 어떠한 행위가 금지된 것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다)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 금지 및 미국식 규정의 문제점


     저작권 보호범위의 우회적 확대


    DVD 플레이어에는 일정한 지역코드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코드가 ‘1’인 DVD 플레이어에는 그러한 코드에 맞는 DVD 타이틀만 재생된다.  우리나라에서 구입한 DVD 플레이어는 지역코드가 ‘3’이며, 지역코드가 ‘1’인 미국에서 구입한 DVD 타이틀을 재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지역코드가 삽입된 배경은 영화사들이 지역별로 영화배급 시기를 통제하기 위하여 그러한 DVD 표준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그 러나 다지역(multi-region) 플레이어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플레이어도 시판되고 있다.  미국 영화업계는 일정한 지역코드의 DVD를 다지역 플레이어에 넣어 재생하면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로서 DMCA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저작물을 단순히 읽거나 듣거나 보는 것은 저작물에 대한 ‘접근’ 행위로서 이는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지 아니하므로, 접근을 통제하기 위하여 저작권자가 기술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것을 우회하는 행위를 저작권법에서 금지하여 처벌해서는 안된다.  접근통제적 기술조치의 우회행위까지 금지한다면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할 권한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저작권의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한다.  땅주인이 둘러친 울타리를 넘는 행위를 법에서 금지한다면 이는 그 땅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함일텐데, 그 땅보다 넓게 둘러친 울타리를 넘어 들어갔다고 하여 그 땅에 미치지도 않았는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 소유를 넘는 울타리는 공공영역을 축소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울타리를 거두라고 요구할 권리가 다른 타인에게 존재한다고 보아야 옳다.


     법정허락 및 공정이용 무력화


    우 리 저작권법에서 인정하는 이용 통제 기술적 보호조치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땅에 대한 소유권도 일정한 경우 제한된다.  울타리가 있다고 하여도 그 땅을 통행할 권리를 타인에게 보장하는 경우도 있고, 이웃사람들의 수도, 전기 시설 공사를 위해서 땅 주인이 수로나 전기줄의 통과를 용인하여야 하며, 토지측량 등을 목적으로 땅 주인의 허락없이도 그 땅을 드나들 수 있고, 그린벨트나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여 토지 개발을 제한하기도 한다.  저작권을 보호한다고 하여도 일정한 경우 공정이용이라 하여 그 권리를 제한한다.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나, 비영리적 공연, 학교에서의 저작물 사용, 도서관의 저작물 이용,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의 인용 등 일정한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저작물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정한 경우에는 보상금을 공탁하고 법정허락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용통제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를 처벌하게 되면, 이렇게 허용되는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처벌될 여지가 있어, 저작권 제한이나 법정허락제도를 무력화하여 결국은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와 같이 저작권 보호 범위를 우회적으로 확대하는 결과가 된다.


    따 라서, 이용통제적 기술적보호조치의 우회수단 제공행위를 금지하더라도, 다시 그에 대한 예외를 정하거나 또는 권리자로 하여금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제하여 저작물을 제공할 의무를 저작권자에게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의 직접 우회행위 금지에 따른 추가 문제


    미 국의 저작권법에는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의 경우 우회수단 제공행위 만이 아니라 우회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직접 우회행위는 알고서 고의로 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모른 데 과실이 있는 행위까지도 금지된다.  이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과실(過失)행위까지 금지하는 이유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나 웹호스팅 업체에게 이용자들의 우회행위에 대한 2차적 책임을 부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의 직접 우회행위는 그 자체가 저작권 침해가 되거나 침해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해킹방지나 개인정보보호의 차원에서 별개의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저작권법으로 금지할 것은 아니다.  설령 이를 금지하더라도 과실행위까지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것은 저작물 이용자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업체나 ISP에도 불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라) 미국식 규정에 대한 반대


    기 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여도, 이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저작권 보호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따라서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는 그것이 저작권 침해를 조장하거나 초래하는 경우에만 금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이용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가 취하여진 경우에도, 이른바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로 하여금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제할 의무를 부담시켜야 한다.  유럽연합 지침에서는 저작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저작권자가 복제본을 제공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 러나 미국의 규정은 이러한 정당한 사용을 보장할만한 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며, 몇몇 판례가 예외를 인정하기는 하나, 원칙적으로는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행위까지 무분별하게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공정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의 보장,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행위의 허용이 보장되지 않는 한, 미국 규정을 수용해서는 안된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

    (가) 우리 저작권법 및 미국 규정의 비교


    인 터넷 환경에서는 저작물의 유통이 전기통신망과 온라인서비스를 매개로 일어난다.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것도 있지만,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복제되어 유통되는 것들도 있다.  전기통신망 사업자나 호스팅 서비스,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이러한 저작권법 위반 저작물의 유통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저작물의 유통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에게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울 것인지가 문제된다.  민법의 일반 원리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마다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사업 존폐의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고, 저작물의 온라인 유통 자체에 많은 차질을 빚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정보의 원활한 소통을 보장하면서도 저작권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각 국의 저작권법은 일정한 경우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우 리나라의 저작권법은 “다른 사람들이 저작물이나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복제 또는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라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정의하고, (i)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ii) 침해 사실을 알고 즉시 서비스를 중단한 경우, (iii) 권리자의 고지에 의한 중단의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제한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권리자의 요구에 응하여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지는 아니하다.  오히려, 권리자의 요구에 응하여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이 된다.


    미 국법 및 미국이 체결한 FTA 중 관련 규정을 보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행위를 (i) 일시적 디지털 네트워크 통신(transitory digital network communications), (ii) 시스템 캐싱 (system caching), (iii)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시스템 또는 네트워크 상에 잔존하는 정보, (iv) 정보 위치확인 도구 (information location tools)의 4가지로 유형화하여, 유형별로 책임제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호스팅서비스 및 정보검색 서비스의 경우 (i) 서비스제공자가 침해물 또는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 (ii) 서비스제공자가 침해행위를 통제할 권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침해행위로부터 직접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받지 않은 경우, (iii) 권리자의 고지에 의한 서비스 중단 등 3가지 면책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권리자가 법원에 신청하여 서비스제공자에게 침해자 정보의 제공을 명하는 소환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나) 미국법 수용시 문제점


    미 국법은 서비스제공자를 4가지로 유형화한 후 구체적 면책 요건을 법정하고 있다. 그러나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서비스제공자의 유형을 법정하면 기술변화 속도에 법이 따라가지 못하여 법률 적용의 공백 지대가 생길 우려가 있다.


    서 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사유 중 “고지에 의한 서비스 중단”의 경우 우리법은 권리자가 권리를 소명할 것을 요구하나, 미국법에서는 권리자만으로 충분하며, 대신 위증죄로 처벌받겠다는 선언을 하게 한다.  영미법 전통에서는 성서 위에 손을 올리고 선서를 한 뒤 허위 증언을 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인식이 매우 명확하다.  따라서 미국법으로 위증죄 처벌을 받겠다는 선언을 하게 하면서 권리에 대한 소명없이 단지 통지만 하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위증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한 것을 고려하면, 허위의 권리행사를 막기 위해서는 위증벌의 선언보다는 권리자의 객관적 권리 소명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서 비스제공자가 권리자에게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자칫하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수사목적 등 중대한 공익적 목적상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엄격한 심사에 따른 영장에 의하는데, 저작권자의 사익을 위하여 다른 개인의 천부인권이라 할 수 있는 사생활의 자유를 쉽게 양보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길을 열어주더라도 이는 사법적 또는 행정적 절차를 거침으로써 상대방에게 충분한 방어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일시적 복제

    (가) 현행 규정


    우 리 저작권법에서는 복제를 “인쇄·사진·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각본·악보 그 밖의 이와 유사한 저작물의 경우에는 그 저작물의 공연·실연 또는 방송을 녹음하거나 녹화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컴퓨터 램(RAM)의 저장과 같은 일시적 복제가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 러나, 저작물을 보거나 듣기 위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컴퓨터 RAM에 저장되는 것을 고정이나 재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저장된 저작물은 다른 명령을 실행하거나 컴퓨터의 전원을 끄면 저장이 되지 않고 자동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복제는 ‘유형물에 고정’ 또는 ‘유형물로의 재제작’으로 한정되므로, 일시적 복제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WCT 및 WPPT 조약의 경우에는 저작자나 실연자, 음반제작자는 “어떠한 방법이나 형식으로든 저작물의 복제를 허락할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역시 일시적 복제 개념이 인정되는 것인지 명백하지 않다. 다만, 조약 체결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이거나’라는 표현을 삽입하려고 하였다가 제3세계 국가들과 온라인서비스 제공 통신회사들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되었으므로, WCT 및 WPPT는 일시적 복제를 복제의 개념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미국법 및 미국 체결 FTA 중 관련 규정


    미 국 저작권법도 일시적 복제가 복제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저작권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과 관련하여 ‘일시적으로 저장하였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일시적 복제도 복제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이 체결한 FTA에는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의 복제권과 관련하여 복제가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복제에 대하여 허락하거나 금지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여 일시적 복제를 명백히 인정하고 있다.


    (다) 일시적 복제 인정에 따른 문제점


    일 시적 복제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면,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접근통제권을 부여하는 꼴이다.  일시적 복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을 보는 행위, 저작물을 듣는 행위에 반드시 수반되며, 저작물의 전달을 단순히 매개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나 과정은 원래 저작권법이 통제하려고 했던 것들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거나 이 유형물을 배포함으로써 타인이 저작물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일시적 복제를 현행 저작권법의 복제 개념에 그대로 수용하면, 애초에 의도하지도 않았던 저작물 접근 행위나 매개 행위에 대한 통제권을 저작권자에게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또 한 일시적 복제를 복제권 개념에 수용하지 않더라도 일시적 저장이 일어나게 하는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  예컨대, 서버에 저장된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 컴퓨터로 이용할 때 클라이언트 컴퓨터의 RAM에서 소프트웨어의 일부가 잠시 저장되지만, 이러한 일시적 저장을 직접 통제하지 않더라도 서버에 저장된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가 이용하도록 전송하는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경우에도 서비스 제공자의 복제 행위나 전송 행위를 규율할 수 있고, 브라우징 과정에서 일시적 저장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브라우징 대상이 되는 서버 컴퓨터의 저작물을 통제함으로써 권리 보호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시적 복제가 디지털 환경에서 점차 증가하는 저작물 이용 행위이고 이를 통제할 권한을 저작권자에게 주지 않아서 문제라는 미국의 주장은 저작권자에게 초과 이윤을 보장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편, 일시적 복제 개념을 복제로 인정하면서도 일시적 복제의 경우 면책을 광범위하게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 복제가 일반적 ‘복제’와는 그 기능이 다르므로 양자를 같게 취급하는 것 자체의 정당성이 의문스럽다.  또 지나치게 저작권자의 권리범위를 확대하여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이용마저도 제약할 수 있는데, 이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예외적으로 면책을 두는 것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보장이라는 저작권법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또 한 일시적 복제를 인정한다고 하여도 저작권자에게 창작 동기가 추가된다고 보기도 어려워 저작권법 정책상 인정할 이유도 없다.

도서관 면책조항

    (가) 현행 규정


    현 행 우리 저작권법 제28조 제2~6항은 부족한 점은 있지만, 디지털 도서관 구축 및 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면책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도, 도서관이 소장된 자료를 디지털로 복제하여 도서관 내에서 혹은 도서관간에 디지털화된 자료를 전송하고, 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화된 자료를 복제, 전송의 방식으로 이용할 때 일정의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면책범위를 벗어난 이용을 막기 위하여 도서관이 기술적 보호장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면책사항은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는 자료에 대한 예외, 발간된 지 5년 미만인 자료에 대한 예외 등으로 상당부분 축소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 도서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자료의 관외 전송 및 복제는 면책조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나) 미국의 예상 요구사항


    USTR 보고서에서 디지털 도서관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화할 경우, 권리자에게 최소한 30일간의 통지기간을 두어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둘째, 현행 저작권법에서 면책 조항은 어문저작물에만 적용하고, 방송물, 실연, 음반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 미국 요구의 문제점


    국 내 저작권법에서 도서관 면책조항의 핵심은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얻지 않고, 소장된 자료를 디지털화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그 기간이 얼마이든 저작권자에게 통지를 한다는 것은 곧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얻고 디지털화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디지털화하기 전에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얻는 것은 이미 면책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디지털 도서관은 소장된 자료의 디지털화부터 시작되어, 디지털화된 자료의 복제, 전송 방식의 이용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요구대로 디지털화하기 전에 권리자에게 최소한 30일간의 통지기간을 둔다는 것은 곧 국내 저작권법에서 디지털 도서관을 위한 면책조항의 삭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면 책대상이 어문저작물에만 적용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는 어문저작물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방송물, 음반물 등은 도서관 이용자에게 중요한 정보원이다.  국내 저작권법의 도서관 면책조항은 “도서, 문서, 기록 그 밖의 자료”에 적용된다고 규정하여, 모든 유형의 저작물을 도서관 면책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면책대상을 어문저작물에만 한정할 경우, 도서관에 소장된 방송물, 음반물 등 비어문저작물 이용은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