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상표, 냄새 상표의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

    (1) 현행 상표법 및 조약상 상표의 개념


    트 립스 협정에서는 “한 사업자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의 것과 구별할 수 있는 표지 또는 표지들의 결합이 상표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편 회원국은 표지가 시각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등록요건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동협정 제15조 제1항).  시각적 인식가능성을 등록요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문장은 브라질의 지적에 따라 추가된 것이다.  브라질은 “제1항의 상표정의에 없는 소리상표나 냄새상표 등을 보호하는 것은 각 회원국의 자유인데, 소리상표가 유명해질 경우에는 유명상표 보호규정(동 협정 제16조 제2항 및 제3항)에 의하여 소리상표의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소리상표를 인정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러한 경우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동 협정의 위 규정은, 상품을 구성하는 표지(sign)에서 냄새나 소리를 배제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각 회원국이 시각적 인식가능성을 등록요건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줌으로써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인정여부를 각 회원국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1994 년 채택된 상표법조약(Trademark Law Treaty)은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호로 구성된 표장에 한하여 적용되며, 홀로그램 표장과 소리상표 및 냄새상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동 조약 제2조 제1항 (a) 및 (b)}.


    현 행 상표법에 의하면 상표란 “상품을 생산·가공·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또는 “이들에 색채를 결합한 것”(표장)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호).  이러한 표장의 개념에 합치되지 아니하는 것은 상표출원등록의 거절사유가 된다(동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또한, 상품의 산지·품질·원재료·효능·용도·수 량·형상(포장의 형상을 포함한다)·가격·생산방법·가공방법·사용방법 또는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될 수 없다(동법 제6조 제1항 제3호).


    따 라서, 현행법상으로는 향수에서 나는 특정한 향기와 같은 기능적 냄새는 물론이고 상품 그 자체의 성질로부터 유래되는 것이 아닌 냄새나 소리를 구성요소로 하는 상표는 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  이는 국제적인 보호수준에 비추어 손색이 없다.


    (2) 냄새상표·소리상표의 도입 주장의 요지


    미 국 상표법(Lanham Act)에서는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미국특허청 상표심사기준에서는 냄새상표와 소리상표가 등록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심사기준을 제시하며, 미국 NBC방송사의 3중화음 차임벨소리, 미국 MGM 영화사의 사자울음소리, 펩시콜라사의 병 따는 소리, 자유의 종소리 등이 소리상표로 등록되어 있으며, 자수용실 및 바느질용 실이 지닌 특징적 냄새에 대하여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하여 냄새에 대한 상표등록을 인정한 바 있다.  미국 심사기준에 따르면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출원을 위해서는 상세한 설명서만 제출하면 되고 도면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냄새상표의 경우 비기능적(nonfunctional) 냄새는 등록될 수 있다고 본다(향수의 냄새는 기능적인 것으로 등록될 수 없다).


    미- 싱가포르 FTA 제16.2조 제1항은 “각 당사국은 상표가 서비스표, 단체표장, 증명표장을 포함해야 하고 지리적 표시를 포함할 수 있음을 규정해야 한다. 각 당사국은 기호가 시각적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등록조건으로서 요구하지 않아야 하지만 각 당사국은 냄새 상표(Scent marks)를 등록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적어도 소리상표는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미-호주 FTA 제17.2조 제2항은 “각 당사국은 표장이 시각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등록의 조건으로서 요구할 수 없고 기호가 소리나 냄새로 이루어진다는 것만을 이유로는 표장의 등록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하여 소리상표, 냄새상표를 모두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듯하다.  위 FTA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은 한국과의 FTA에서도 소리상표와 냄새상표의 도입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 럽의 경우 89/104/EEC Directive에서는 “상표는 사람의 이름을 비롯한 단어, 디자인, 문자, 숫자, 상품의 형상 또는 상품의 포장의 형상 등과 같은 “graphical representation”이 가능한 표지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표지는 한 사업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의 것과 식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럽사법재판소(ECJ)와 유럽 각국은, 소리상표와 냄새상표가 위 지침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graphical representation”은 트립스협정문의 “visual perceptable”보다는 광의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리상표와 냄새상표가 “graphical representation”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가가 관건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다트(dart)의 화살(fight)에 적용된 쓴 맥주의 강한 향”(GB 2000234), “타이어에 적용된 장미를 연상시키는 꽃 향기”(GB 2001416)의 경우 “graphical representation”의 요건에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여 상표등록을 허락했다.


    냄 새상표와 소리상표의 보호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전형적 상표의 경우에도 출처표시기능과 식별기능, 정보전달기능 등 상표로서의 제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한, 상표로서 사용 또는 등록되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시킬 이유나 근거가 없고, 국가정책적인 면에서도 상표제도의 선진화 국제화 추세에 따라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리상표의 경우 미국에서는 음악산업의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고 한다.


    (3) 문제점


    (가) 상표로서의 기능이 어려움


    냄 새·소리로 구성된 상표라도 그것이 상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한, 이를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과연, 냄새나 소리상표가 상표로서의 출처표시기능 및 식별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지적이 많다. 


    Bettina Elias에 의하면 냄새상표가 상표로 기능하기 위하여는 ①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기 이전에 상품의 냄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② 소비자는 이러한 냄새를 상품의 특성으로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냄새상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한다.  즉, 냄새는 실제 상품의 판매 시점에서는 소비자가 상품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상표로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 냄새가 상품의 특성으로서 기능하는 경우에도 이 냄새가 친근한 향기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상품의 냄새를 영구적으로 고정하기가 기술적으로 곤란하다는 점, 상품의 냄새에 대한 판단이 매우 주관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냄새상표가 출처표시와 식별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소 리상표의 경우에도 소비자가 구입을 결정할 때 상품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하는 기능이 부족하다. 예컨대, 소비자가 음반을 구입할 때는 소비자의 구입을 결정하는 요인은 포장정보에 기초하므로, 구입이전에 인식되지 않은 음반에 있는 소리는 상표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한편 소비자들이 음반의 구입에 있어 그 상품의 포장에 의존하지 않고 음반 안에 있는 독특한 소리에 기초한다면 그 독특한 소리는 명백히 기능적인 것이므로, 상표등록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심사·등록 실무상의 문제점


    서 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상표심사 및 등록 실무를 고려할 때 과연 냄새나 소리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심사하고 공시할 것인지에 관한 실무적 차원의 문제도 있다.  상표권은 상표를 등록함으써 발생하므로, 등록원부는 상표권의 권리범위를 확정짓고 이를 공중에게 공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등록되는 내용은 명료하고 간결하며 알기쉬어야 한다.


    이 와 관련하여, 냄새상표가 유럽지침에 의하여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graphical representation” 요건 불충족을 이유로 그 등록을 거부한 독일 특허청의 결정을 지지한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Sieckmann 사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독 일 특허법원은 유럽사법재판소에 2가지에 대한 사전평결을 의뢰하였다.  첫째는, 유럽지침 89/104/EEC의 제2조가 말하는 그래픽으로 표시될 수 있는 표지라는 것이 시각적으로 직접 재현될 수 있는 표지만을 포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는 시각적으로 인식될 수 없으나 특정한 매개체를 사용하여 간접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냄새나 소리와 같은 표지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이고, 두 번째는 만약 위 첫째 질문에서 소리나 냄새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할 때, 제2조에서 말하는 “그래픽 표시가능성”이라는 요건은 냄새가 (a) 화학식, (b) 설명(출판물), (c) 샘플 기탁에 의하여, 또는 (d) 위의 방법 중 몇 가지의 결합에 의하여 재현되는 경우에 충족되는 것인가이었다.


    유 럽사법재판소는 2001. 11.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 놓았다.  그래픽 표시라는 요건이 등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등록원부를 열람하는 자가 명료하고 간결하고 알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따라서 위의 (a)부터 (d)까지의 형태는 모두 이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a) 화학식은 물질의 냄새를 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물질 그 자체이고, 그러한 화학식은 충분히 알아볼 수도 없고 명료하거나 간결하지도 않으며 단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러한 화학식으로부터 냄새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b) 냄새의 설명서의 경우 그래픽 표시를 구성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명료하고 간결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 말로 설명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막 자른 잔디의 냄새”라는 말이 너무나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거절하였던 Vennootschap 사례에서와 같은 결론이다.  (c) 냄새 샘플을 기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침 제2조의 취지상 이는 그래픽 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향기 성분은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내구성이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냄새는 증발하여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 언급되었다.  (d) 화학식, 설명서, 샘플의 기탁은 그 자체로 그래픽 표시가능성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런 것을 조합하더라도 명료성 및 간결성과 관련하여 그래픽 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등록원부의 열람자는 더 혼란스럽고 여러 형태의 조합은 표장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상이한 해석의 숫자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이 는 설명서의 제출만으로 냄새상표의 등록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실무와는 상반된 결론이다.


    위 판결은 유럽과 우리의 상표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상표를 등록하여 공시하는 기능이 상표권 부여 절차에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공통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실무에서도 그대로 타당한 결론으로 생각된다.


    소 리상표의 경우 미국에서는 (1) 음조 또는 음표, (2) 음악에 동반된 단어들, (3) 단순히 구두로 사용되는 단어나 단어들(예컨대 라디오나 TV오락프로그램을 식별하는 용어)를 소리상표로 등록보호 한다. 그러나, 음표는 음악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만 음악 그 자체가 아니므로, 역시 상표 그 자체가 등록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래픽 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또한 소리상표의 디지털 레코딩(예컨대 mp3 파일)이 출원형태로 사용되는 경우 연구자나 심사관만이 소리상표를 듣고 비교할 수 있을 뿐이며, 특허청으로서는 이런 형태의 상표를 보전하는 상당한 수단을 마련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된다.


    (다) 침해 판단의 모호성 및 다른 법률과의 저촉 문제


    위 와 같이 등록에 있어서 명료한 표현 형식이 없다는 것은 이러한 상표의 침해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두 개의 냄새와 두 개의 소리 간에 또는 냄새·소리와 다른 시각적 표장 사이의 침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그 기준도 불분명하다.


    소 리상표의 경우 저작권법과의 관계도 문제된다. 소리상표의 경우 창작성이 있으면 저작권법에 의하여 일정 기간 동안의 보호를 받도록 할 수 있고, 그 보호기간이 중단된 후에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가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상표권을 통해 영구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영구보호한다고 할 때 저작권법상 보호기간을 둔 취지가 몰각될 수 있고, 저작권자와 상표권자간의 이해충돌의 문제도 발생할 수 여지가 있다.

    냄 새상표의 경우 특허권과의 관계도 모호하다. 기능적 냄새의 경우 상표등록이 거절되기는 하나, 일정한 물질의 특허보호기간이 만료되어 공중이 사용할 수 있게 된 후에도 냄새상표의 보호를 통해 동일한 상품에 유사한 냄새를 가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특허권 보호기간을 영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 라서 소리상표와 냄새상표의 도입을 논하기 위하여는 다른 법률과의 저촉이나 중복 보호 문제에 대한 사전연구가 더 필요하다.


    (라) 냄새·소리의 고갈가능성


    무 엇보다도 좋은 냄새와 소리가 선점됨으로써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용품 등 일정한 상품의 경우 유사한 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러한 냄새를 일정한 상표권자가 선점하게 되는 경우 후발주자는 그러한 향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독점을 강화하는 한편, 유용한 냄새의 고갈시킬 우려가 있다.


    (마) 소결


    결 국, 냄새상표나 소리상표는 심사·등록 절차상 여러 가지 문제가 많고 이에 관한 연구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경우 상품의 식별기능이 검증되어 있지 않아 상표권 보호의 필요성 조차 의심스럽다.  나아가 소리상표와 냄새상표를 허용하면, 유용한 냄새·소리의 독점을 강화하여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심사·등록상 비용의 증가로 결국 사회적 부담만 안겨줄 여지가 많다.  따라서 냄새상표와 소리상표의 경우 충분한 연구가 전제되지 않고는 도입을 논할 수 없으며, 미국이 이번 FTA에서 요구하더라도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