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릴레이 칼럼 제2탄 : 한EU FTA 공연보상청구권의 문제점
한미 FTA 합의 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조차 없이 정부는 한EU FTA 협상이라는 또다른 주권 포기 각서를 쓰고 있습니다. 특히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서 EU는 우리에게 한미FTA협상과는 또 다른 생소한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는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릴레이 칼럼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공연보상청구권, 추급권, 지리적표시제, 집행규정 등 지적재산권 협상의 주요 쟁점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덧붙여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는 한EU FTA 지적재산권 협상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10월 초 진보네트워크센터(www.jinbo.net)에서 발간하는 계간지를 통해 실을 예정입니다.
구입 문의는 02-701-7687, idiot@jinbo.net으로 주시기 바랍니다.
수신 귀 언론사 외교통상부, 문화관광부 담당 기자님
발신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
문의 정보공유연대 IPLeft 홍지은 (02-717-9551)
일시 2007년 10월 4일
제목 공연보상청구권 : 음악청취요금 지불하세요(?)
음악청취요금 지불하세요(?)
카페나 커피숍에 가면 그 공간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나온다. 사람들은 그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음악이 없는 카페나 커피숍을 상상하기란 어렵다. 동네에 있는 빵가게, 옷가게, 문구점, 미용실에서도 음악을 틀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사업장들에서 음악에 대해서 음악청취요금을 별로도 받지는 않는다. 만약 어떤 카페에 들어갔는데 커피나 식사비 이외에 음악청취요금을 추가로 요구하는 영수증을 받는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우 의아해할 것이다. 음악청취요금을 따로 내라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맺어진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적재산권 관련 협상에서 유럽연합이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내용 중에 음악에 대한 공연보상청구권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보상청구권이란?
공연보상청구권이라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공연보상청구권은 음악저작권을 보호하는 제도의 하나로 식당이나 카페 등 일반인들이 출입하는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 경우 이 행위를 공연으로 간주하여 저작자, 실연자, 음반제작자 등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이다. 레코드 가게에서 시디나 테이프를 사거나 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음악을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카페나 식당 주인이 손님들을 위해서 음악을 틀어줄 경우 그에 해당하는 음악사용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에 속한 회원국들은 이런 공연보상청구권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공연보상청구권 적용범위도 매우 넓은 것으로 보이며, 대규모이든 소규모이든 그 규모를 불문하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가능한 공공장소는 모두 포함이 될 수 있다. 즉, 카페나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동네 빵가게나 옷가게, 미용실, 문구점 등도 음악을 틀 경우 음악사용료를 지불해야만 하는 공공장소로 포함된다.
유럽연합의 이런 요구는 우리나라 저작권법의 제29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29조의 2항에 의하면 청중이나 관중으로부터 관람료, 입장료 등을 받지 않을 경우 대통령령이 지정하는 장소를 제외하고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이도 자유롭게 판매용 음반을 틀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동네 가게나 카페, 분식점, 아이스크림 가게, 미용실 등에서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이도 자유롭게 판매용 음반을 틀어 줄 수 있다. 이러한 제도는 국민들의 편의와 정서를 반영하고 또한 영세사업자들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국내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업장에서 음악의 자유로운 공연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음악의 공연을 통해서 직접적인 이익을 취하는 단란주점과 같은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또는 대형마켓, 백화점, 비행기 기내 등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장소에서는 입장료 등을 받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임의로 음악을 틀어 줄 수는 없다. 이런 공간의 사업장들은 대부분 음악관련 저작권 단체들과 계약을 통해서 일정한 음악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한국이 가입한 국제협약을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
일반 공중을 상대로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어주는 것과 관련하여 현행 국제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는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하나는 공연권과 같은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배타적권리는 부여하지 않는 대신 보상청구권만 부여하는 것이다. 현행 국제협약에서는 이런 음악 공연과 관련하여 작사가, 작곡가 등 음악저작권자에게는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실연자나 음반제작자 등 저작인접권자에게는 보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제조약에서 음악의 공중 재생에 대하여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규정은 ‘문학 및 미술 저작물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베른협약)’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내용은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조약(WCT)'에서 베른협약의 내용을 포함하여 베른협약 플러스 형태로 보호하고 있다.
또한 음악관련 보상청구권에 대하여 명시적인 규정을 찾아 볼 수 있는 국제협약은 ‘실연자, 음반제작자 및 방송사업자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로마협약)’과 ‘WIPO실연음반조약(WPPT)’이다. 로마협약이나 WIPO실연음반조약에 규정된 공연보상청구권의 내용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 따라서 도입 여부와 범위까지도 결정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동네 가게나 카페, 식당 등 영리적인 사업장에서 음악을 자유롭게 트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도 하나, 아직까지 이 조항에 대해서 대한민국이 가입한 국제협약을 어기고 있다는 명확한 결정이 나오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저작권법 시행령을 통해서 비록 입장료나 관람료 등 반대급부를 받지 않더라도 음악을 틀 경우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 공공장소의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실연자나 음반제작자에게 공연에 대하여 보상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는 로마협약이나 WIPO실연음반조약 등은 아직 우리나라가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행할 의무가 사실상 없다. 향후 이 조약들에 가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 협약들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연보상청구권은 자국의 상황에 따라서 유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 실연자나 음반제작자에게 공연보상청구권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하여 관련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음악저작권료 손님들에게 요구할 수도 있어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수준의 공연보상청구권을 인정할 경우 동네매점, 분식점, 커피숍, 아이스크림가게, 미용실, 문구점 등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모두 음악 사용료를 지불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29조 제2항의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고, 국민 편의를 도모하려는 저작권 제한 규정은 무력화될 것이 뻔하다. 이는 특히 영세사업자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사업장의 주인들은 음악의 공연에 대한 저작권료의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부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영세사업자들은 음악 사용료를 손님들에게 추가로 요구할 수도 있다. 또는 아예 음악을 틀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공연보상청구권과 관련하여 정부가 발행하는 국정브리핑은 유럽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기도 하였는데, 벨기에 브뤼셀의 노천카페에는 음악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공연보상청구권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유럽연합에 대한 음악로열티도 급등할 것
문화부가 발표한 '2004 문화산업통계'에 따르면 2003년도 우리나라 음악 산업의 총 수출액은 1,331만불, 총 수입액은 1,603만불이며, 이중 유럽에 대하여 총 수출액은 4만불(0.2%), 총 수입액은 517만불(32.3%)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음악산업의 수출은 99%이상이 일본, 중국, 동남아에 편중되어 있는 것에 반해, 수입은 90% 이상이 북미와 유럽에 편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통계치를 고려해 보면, 공연보상청구권을 도입할 경우 유럽에 대한 로열티 지급 비율이 급등하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범위도 저작권자뿐만 아니라 저작인접권자까지 확대 될 수 있기 때문에, 음악 사용자들은 다수의 이해당사자들 관련 신탁단체들과 협의를 해야 한다. 이는 저작권에 대한 로열티와는 별도로, 높은 사회적 비용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정책의 자율성 훼손하는 FTA 협정
문화는 각 국가별로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음악을 향유하고 이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심지어 한 국가 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이용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이런 한 국가의 저작물의 생산과 이용에 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문화법이다. 따라서 한국가의 저작권법은 그 문화적인 배경과 환경을 고려해서 제정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선진제도라 할지라도 다른 국가가 일방적으로 개정을 요구한다거나 저작권보호를 강요하는 것은 다른 국가의 문화적 다양성에 위협을 가하고, 저작권 제도에 대한 정책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행위이다.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공연보상청구권의 범위와 내용을 볼 때, 한국이 가입하고 있는 국제조약의 준수 의무를 넘어서는 요구이며, 유럽에 대한 음악로열티를 급등시키는 대신, 국내 영세사업자들을 위협하고 국민들의 정서와 편의를 도모한다는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매우 과도한 요구이다. 공연권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도 최근 제29조 제2항의 범위를 더욱 제한하고, 음악 공연을 할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영업장의 범위를 계속하여 확대하고 있다. 이런 국내외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유럽연합의 공연보상청구권을 일방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07년 10월 4일
한미FTA 저지 지적재산권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