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출범선언문
문 화, 인권, 생명을 위협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한다.
- 과도한 지적재산권 강화는 한국의 문화를 질식시키고 인권과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한 미 자유무역협정이 미칠 파괴적인 영향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농산물 개방으로 위협받을 농민들의 생존권과 식량 안보, 국민의 눈과 입이자 정신의 요체인 방송・영화 시장 개방에 따른 문화의 종속성 심화와 미디어 공공성 약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시장 개방, 한국의 미래를 미국에 위탁하는 교육시장 개방 등 그 파급효과는 전 사회영역에 미칠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칠 부정적인 영향은 지적재산권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지적재산권의 지나친 강화는 거대 자본의 독점권을 강화하여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민중들의 문화적 권리와 건강권 등의 인권을 침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킴으로써,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협정이 야기할 폐해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협정의 체결에 반대하는 전 국민적 운동에 함께 하고자 한다.
정 부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협상 의제나 정부의 입장과 전략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 문제가 주요 이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협상의 개시를 선언한 지난 2월 2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의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폭넓은 요구를 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는 ‘주한미상공회의소 2005 정책보고서’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4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로 ‘디지털 지적재산권 침해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및 단속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지 적재산권은 산업상 이용가능 한 발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권, 문화 예술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저작권을 비롯하여 상표권, 영업비밀 등 다양한 독점권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는 한 사회의 기술, 산업의 발전과 문화의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며,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그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독점배타적 권리의 부여를 기본 원리로 하는 지적재산권의 특성상 지나친 권리의 강화는 오히려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과 유통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문화적 권리와 같은 인권과 공공성을 침해하게 된다. 또한 특허로 인한 의약품 독점과 같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지적재산권이 실제 창작자가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소유와 통제 하에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적재산권은 사실상 창작자들의 이익보다는 초국적 자본의 독점을 강화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한 국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비롯한 세계적인 주요 지적재산권 협정에 가입이 되어 있으며, 지적재산권 권리자에 대한 보호 수준이 국제 협정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전혀 낮은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국제 협정들은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과도하게 관철되어 그 보호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003년과 2005년에 개최되었던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서도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가 과도하게 권리자의 독점적 이익의 보장에 편향되어 있어, 이용자의 권리 및 공공성의 보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변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제3세계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개발 의제’ 수립을 제안하며, 지적재산권이 각 국의 개발을 촉진하는데 복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제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상으로 한국의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가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뿐이며, 한국 민중뿐만 아니라 미국 민중의 이해와도 상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협 상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미국이 체결했던 자유무역협정이나 미국 기업들의 요구들을 통해 우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논의될 의제들을 가늠해볼 수 있다.
우 선 미국은 현재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되어 있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미국의 ‘소니보노 저작권 연장법’은 이미 약 40여만 개의 저작물이 공공자산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아 대다수 사람들의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법은 ‘미키마우스법’이라는 조롱에서 보다시피, 단지 거대 문화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할 뿐이다. 미국은 또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저작권자들은 미성년자들에 대해 사법처리 하겠다고 위협하고, 이용자들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면서 이미 강력하게 단속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일시적 복제(컴퓨터나 인터넷의 이용 과정에서 메모리 등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것)를 복제로 인정하라는 요구는 모든 컴퓨터와 인터넷 이용을 통제하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요구는 소수 문화 자본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민중들의 정보 접근권과 문화적 권리를 희생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특 허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특허 범위의 확대, 강제실시의 요건 강화, 특허와 의약품 승인의 연계 등 특허권자, 특히 미국의 제약 자본의 독점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의약품의 개발, 생산, 유통에 있어서 초국적 제약자본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키는 반면, 민중의 통제권은 전반적으로 약화시킴으로써 민중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지 적재산권과 관련한 미국의 요구는 초국적 자본의 독점을 보장하는 대신, 국내의 산업, 문화, 인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가 미국의 일방적인 통상 압력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고려할 때, 또한 한국 정부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태도 역시 자본 편향적이었음을 볼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지적재산권 협상이 민중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한 미국은 자신의 요구에 맞는 지적재산권의 강화를 국제협정에서 관철하기 힘들게 되자,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의 강화와 통일화를 꾀하고 있다. 따라서 협상 체결국의 사회적 여건이나 수준을 고려한 지적재산권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우 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각계 민중들의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체결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이에 맞서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2006 년 4월 11일
한 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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