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 규정의 강화에 대한 의견

    (1) 현행법상 집행규정


    특 허법, 상표법 등 산업재산권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하면, 각 법에 보호하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 권리가 침해된 경우 권리자는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침해자를 상대로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침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침해예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침해행위 금지 및 예방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기타 침해의 예방에 필요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다.  침해금지 또는 예방의 청구는 본안소송만이 아니라 가처분 절차에 의하여도 가능하다.


    저 작권법에 의하면 위와 같이 침해금지 또는 침해예방을 청구하는 경우 또는 저작권법에 의한 형사기소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원고 또는 고소인의 신청에 의하여 보증을 세우거나 세우지 않게 하고, 임시로 침해행위의 정지 또는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건의 압류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동법 제91조 제3항).


    각 권리가 침해된 경우 민사법 일반원칙에 따라서 인정되는 범위에서 권리자는 침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더 나아가 각 특별법 별로 손해액의 추정, 과실추정, 생산방법의 추정 등을 두어 권리자의 입증책임을 덜어주고 있다.


    상 표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리 침해죄의 경우에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으며, 특허권 및 상표권 침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저작권 침해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2) 미국의 예상 요구 사항 및 문제점


    (가) 처벌강화 및 친고죄 폐지


    미 국은 USTR 보고서에서 2004년에는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으로, 2005년과 2006년에는 감시대상국으로 열거하고, 지적재산권법의 집행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용은 상설적인 단속업무와 처벌강화 및 저작권법상 친고죄 조항의 폐지이다.  미호주 FTA의 경우에는 저작권 및 상표권을 상업적 규모로 의도적으로 침해한 경우 당국은 직권으로 권리자의 정식신청 없이도 형사사법절차를 개시할 권한이 있다고 하여 친고죄의 폐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특허법의 경우에는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저작권 침해의 경우 일정한 침해액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 륙법계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저작권법은 인격권적 측면과 사권적 측면이 강하며, 따라서 저작권침해죄의 경우에는 형사소추절차에서 권리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에서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권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저작물을 사용한 자를 처벌할 필요는 없다.  권리자는 오히려 잠재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이 이용되는 것을 원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한 저작권이 공익적 측면에서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이를 최대한 사회적으로 활용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적인 창작물이 널리 이용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 아니라 효용이다.  저작권 침해는 결국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로서 통상의 절도와 달리 저작물의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으므로,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까지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상업적 규모의 침해라도 그 의미가 불분명하므로 이렇게 제한된 범위에서의 친고죄 폐지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법정손해배상제도


    또 한, 미-호주 FTA의 내용을 보면,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권리자가 제출한 침해상품 및 서비스의 적합한 가치평가기준(권장 소비자가격 포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여,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법원의 재량을 제한하며, 우리 저작권법이나 상표법에는 없는 확정손해배상액제도(pre-established damages) 및 부가적 손해배상제도(additional damages)의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이나 상표법은 기본적으로 권리자의 통상 손해 또는 침해자의 이익을 선택적으로 청구하되 위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전취지를 참작하여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저작권법 제93조 및 제94조, 상표법 제67조).  반면 확정손해배상액제도란 미국법상의 법정손해배상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권리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때에 피해자의 손해 또는 침해자의 이익 대신 법정손해배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저작권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손해입증이 어려운 경우 저작권자의 손해에 대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부가적 손해배상제도는 저작권 침해가 있는 경우에 실제 손해 외에 법원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손해액을 부가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우리의 경우 법원이 변론의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여 시행하면 될 것이고, 굳이 위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법정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 법체계에는 맞지 않으며, 손해배상제도에 관한 민사법 일반원리를 변경하는 문제이므로, 쉽사리 도입하기 어렵다.


    (다) 일방적 구제절차


    또 한, 보전조치로서 상대방 청문절차 없이 이루어지는 일방적 구제절차 (inaudita intera parte)를 두고, 특허집행 관련 보전조치의 경우 각 국은 특허가 유효하다는 번복될 수 없는 추정규정(즉, 의제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하여 권리행사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위의 일방적 구제절차는 우리법에는 없는 제도이다.  우리법에서 인정하는 지적재산권 침해금지 가처분의 경우 민사집행법상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서, 이러한 가처분은 변론기일을 열거나 채무자가 참여하는 심문기일을 두도록 하여 채무자의 청문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다만, 그 기일을 열어 심리하면 가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상대방의 절차 참여 없이 가능할 뿐이다(동법 제304조).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에서 채무자에게 이러한 청문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보다도 채무자의 법률상 지위가 가처분에 의해 불안정해 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채권자, 채무자간 이익형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의 청문권을 보장하지 아니하는 일방적 구제절차는 권리자에게 지나치게 치우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특허권 유효 의제규정까지 두게 되면, 특허권이 등록된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처분이 언제나 인용됨으로써 침해자로 주장된 채무자는 상당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더구나 특허결정의 위법이 중대명백한 경우, 예컨대 신규성이 없어 무효인 경우에는 민사법원도 직접 특허의 무효를 판단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의제규정에 의하면 명백히 공지의 발명인 경우에도 가처분이 인용될 수 있어 불합리하고, 특허권의 30% 이상이 이의신청이나 무효로 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특허등록된 것만으로 특허권의 유효를 의제하는 것은 무리이고, 이는 행정법원과 민사법원 간의 관할에 관한 기존 이론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특허권자를 우대하는 것이며, 시의적인 상품판매 및 자금회전의 긴요함을 고려할 때 그 효과가 매우 위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일방적 구제절차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한 편, 위 일방적 구제절차가 미국법상의 일방적 압수명령(ex parte impoundment order) 제도를 의미한다면 이를 수용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미국법상의 일방적 압수명령제도란 법원이 일방 당사자의 주장만을 심리하여 상대방에게는 참여 기회없이 압수명령을 발부하는 제도로서 저작권 침해자의 침해활동의 증거를 확보하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가처분신청시 침해물의 압류 등만이 가능하므로, 압류결정이 있다고 하여 압수, 수색까지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압수명령제도는 한국법 체계에는 이질적인 제도이고 이는 사실상 형사상 압수수색에 해당하고 헌법상의 영장주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쉽사리 그 도입을 고려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