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한 의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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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총론

    가. 한미FTA를 해서는 안되는 이유

    나. 무역자유화와 지적재산권

2. 쟁점별 의견

    가. 총칙에 대한 의견

        (1) 목적과 원칙 규정

        (2) 목적과 원칙에 대한 분쟁 면제와 독립된 점검 기구의 설치

        (3) 트립스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도하각료선언문

    나. 저작권 관련 쟁점에 대한 의견

        (1) 보호기간 연장

        (2) 기술적 보호조치

        (3)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4) 일시적 복제

        (5) 도서관 면책 조항

    다. 특허권 관련 쟁점에 대한 의견

        (1) 강제실시권 요건 제한

        (2) 치료방법 특허 인정 여부

        (3) 특허청과 식약청의 연계

        (4) 병행수입 금지

        (5) 특허권의 기간연장

    라. 데이터 독점권에 대한 의견

        (1) 트립스 협정의 규정과 해석

        (2) 한국의 제도와 실무

        (3) 데이터 독점권 제도의 문제점

    마. 소리상표, 냄새상표의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

        (1) 현행 상표법 및 조약상 상표의 개념

        (2) 냄새상표․소리상표의 도입 주장의 요지

        (3) 문제점

    바. 집행규정의 강화에 대한 의견

        (1) 현행법상 집행규정

        (2) 미국의 예상 요구 사항 및 문제점

    사. 분쟁해결규정에 대한 의견

3.  결론

총론

한미 FTA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

    2 차 대전 후 1960년대까지 절대적 헤게모니를 구가하던 미국은 1970년대 이래의 장기불황을 거치면서 패권적 지위의 약화를 겪게 된다.  달러의 가치 하락으로 인한 브레턴우즈 체계의 붕괴, 제3세계 민중운동의 활성화로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가 심화되면서 경제적 측면에서 유럽과 일본이 급부상하는 다극화 시대가 도래하고, 미국의 헤게모니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자본의 축척모델도 위기에 빠진다.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본과 미국의 대응은 자본의 국제화, 초국적 금융자본의 등장, 신자유주의 도입으로 나타난다.  미국이 1980년대 중반부터 추진한 공격적 일방주의와 FTA 확산정책은 바로 미국 자본의 축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이는 쌍무협상을 통해 해외 시장을 확보하고 제3국의 경쟁을 배제하여 미국의 특정 산업집단을 위한 지대를 창출하고, 전통적인 상품 무역의 자유화보다는 투자에 대한 보호와 서비스, 농업 분야의 개방, 지적재산권 보호의 강화 등 비상품 영역의 시장 확대를 목표로 한다.


    이 처럼 미국이 의도하는 FTA는 단순한 상품의 무역 협정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경제통합’ 협정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으로 배치된 정치적 사회통합 협정이다.  미국의 이러한 치밀한 전략에 비해 한국 정부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그것도 근거없는 수치만 제시한 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한 국 정부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내세운 것은 미국은 세계최대의 시장이므로 한미 FTA는 양국간 교역을 확대하여 우리경제의 성장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막연히 주장하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사실상 가장 체계적인 한미FTA 경제효과 보고서라 할 미국제무역위(USITC) 2001년 보고서의 줄거리는 이렇다.  한미 공히 GDP나 고용 등에 그렇게 큰 영향은 없지만(한국 GDP 성장률은 0.7%로 예측) 적어도 FTA 체결 4년 후면 미국이 대한 무역흑자국으로 된다.  다시 말해 미국에 훨씬 더 큰 실익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FTA를 체결하기 위하여 지난해 10월 30일 약값 재평가 제도 개정을 중단하였고, 같은 해 11월에는 자동차배기가스 허용기준 강화조치를 수입차에 대해 2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올해 1월 13일에는 광우병 파동 때 수입금지된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발표하고, 같은 달 26일에는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축소함으로써 미국의 4대 요구 조건을 모두 다 들어주는 굴욕적 사전 조치를 취하고, 본격 협상에 들어갔다.


    반 면 한미간 FTA체결로 인하여 한국에 혜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4대 재벌기업에 주로 집중되고 그 폐해는 모두 사회적 약자인 농민과 노동자, 중소 제조업체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하며, 노동3권, 식량주권, 문화주권, 환경주권, 사법주권, 교육, 국민건강권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 초국적 자본의 경제침탈 전략에 희생될 것이다.  한미FTA는 경향적으로 무역수지적자, 금융투기화와 종속, 서비스산업 적자심화,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질적 저하, 농업공황, 영화를 비롯한 문화산업위기, 대미 군사안보 종속의 항구화 등의 전망을 가능케 한다.  이는 결국 사회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져 사회는 불안정해 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미 FTA 체결에 강력히 반대한다.


    더 구나 협상 의제도 국민들에게는 철저히 비밀로 하면서 밀실협상을 자행하고 있다. 국민 전체의 생존에 직결된 문제를 의회나 국민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고 행정공무원 몇 명이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민주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위헌적인 행위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협상의제를 공개하는 한편,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한미FTA의 협상 여부에 대한 결정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이다.

무역자유화와 지적재산권

    지 적재산권 제도는 무역자유화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기술의 혁신과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창작자에게 한시적인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강화해야 무역자유화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세계은행과 옥스퍼드 대학이 함께 펴낸 보고서1)에 서도 혁신적 기술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이 무역 흐름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주며, 이러한 결과는 처음 기대와는 다른 것이어서 놀랍다고 표현할 정도이다.


    지 적재산권을 무역과 연계시킨 것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회복하고 자본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치밀한 전략의 일환이다.  미 국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통상 정책에 지적재산권을 연계하고 이것을 다자 협정과 양자 협정을 통해 상대국에 강요하는 방식을 택하였고 그 직격탄을 맞은 것은 한국이다.  1986년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가 전면 재편되는데, 이것은 레이건 행정부가 한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미통상법 301조 조사권을 발동하면서 생긴 결과이다.  당시 “전승국이 패전국으로부터 노획물을 독점하는 것과 같다”는 조롱에 가까운 비판을 받았던 한미간의 지적재산권 협상 결과로 인해 한국의 지적재산권 제도는 미국의 문화 자본과 제약 자본들이 만든 지적 ‘상품’의 무역자유화를 위한 내용을 전면 수용한다.  그 결과 지적재산권 제도에서 권리자와 일반 공중 사이의 균형은 법의 서문을 장식하는 수사로 전락하였으며, 한국 사회 내부의 합의를 통해 창작물 보호 제도를 만들 기회는 박탈당했다.


    정 부는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협상 의제나 정부의 입장과 전략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 문제가 주요 이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협상 개시를 선언한 지난 2월 2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폭넓은 요구를 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재계의 입장을 담고 있는 ‘주한미상공회의소 2005 정책보고서’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4가지 요구사항 중 하나로 ‘디지털 지적재산권 침해를 중심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및 단속 강화’를 포함하고 있다.  


    지 적재산권은 산업상 이용가능 한 발명에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권, 문화 예술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저작권을 비롯하여 상표권, 영업비밀 등 다양한 독점권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 제도는 한 사회의 기술, 산업의 발전과 문화의 증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그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독점배타적 권리의 부여를 기본 원리로 하는 지적재산권의 특성상 지나친 권리의 강화는 오히려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과 유통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문화적 권리나 정보 접근권과 같은 기본적 권리와 충돌하며 공공성을 침해하게 된다.  특허로 인한 의약품 독점과 같이 인간의 생명과 건강권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대다수의 지적재산권이 초국적 자본의 소유와 통제 하에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지적재산권은 사실상 창작자들의 이익보다는 초국적 자본의 독점을 강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한 국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을 비롯한 세계적인 주요 지적재산권 협정에 가입이 되어 있으며, 지적재산권 권리자에 대한 보호 수준이 국제 협정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전혀 낮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국제 협정들은 초국적 자본의 이해가 과도하게 관철되어 그 보호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문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 2003년과 2005년에 개최되었던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서도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가 과도하게 권리자의 독점적 이익의 보장에 편향되어 있어, 이용자의 권리 및 공공성의 보장과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변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등 제3세계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개발 의제’ 수립을 제안하면서, 지적재산권이 각 국의 개발을 촉진하는 데 복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국제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상으로 한국의 보호 수준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는 초국적 자본의 이해를 대변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한국 민중뿐만 아니라 미국 민중의 이해와도 상반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편, 한국 정부는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 굳이 미국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를 위하여 필요한 것인양 주장한다.  그러나, 오로지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지적재산권 문제를 바라보더라도 과연 미국의 요구대로 계속해서 지적재산권 및 그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 발전에 필요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미국의 그것과 상이하고 지적재산권의 보유 수준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있어, 미국과 동일한 수준에서 지적재산권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  미 국 법무부의 지적재산권실무단(Task force on Intellectual Property) 보고서(2004년 6월)에 따르면, 2002년 미국 저작권관련 산업(도서, 신문, 영화, 음악, 텔레비전 쇼, 컴퓨터프로그램 등)이 미국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이며, 그 총액은 6266억 달러로 이는 호주,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타이완의 총 GDP를 넘는 규모이다.  2002년 당시 한국의 GDP는 5469억달러이므로,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보다도 약 800억달러나 더 큰 엄청난 규모이다.  또한, 저작권관련 산업에 고용된 인원수는 548만명이고 전체 미국 노동력의 4%에 해당한다.  1997년부터 2002년까지 저작권 관련 산업에서는 전산업 평균 고용성장율인 1.05%보다 27%가 더 큰 1.33%의 고용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출량도 2002년에 892.6억 달러로서, 화학, 식품, 육류, 자동차, 항공기 등의 다른 산업분야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6년 3월 세계무역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2004년 한해에 지적재산권 로열티만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513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에서 지적재산권의 보호수준이나 법 집행의 강화를 요구하는 분명한 이유가 된다.


    반 면 세계은행은 지적재산권을 국제기준에 따라 강화했을 때 가장 손해보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약 153억 달러 적자).  우리나라의 경우 2002년 무역수지는 53.94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나, 서비스 수지는 82억 달러 적자로 나타났고, 이 중 29억 달러 정도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로열티로 지급된 것이다.  한국 정부의 관료들은 한류를 들먹이면서 막연히 지적재산권을 강화하는 것이 국민 개개인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처럼 광고하는 것을 중단하고, 그 효과를 실증하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내법 개정을 통하든, 조약의 체결에 의한 간접적 수단을 통해서든 지적재산권을 만연히 강화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1) The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 The World Bank, “Intellectual Property and Development, Lessons from Recent Economic Research”, Copublication of the World Bank and Oxford University Press (2005년) 중 Carsten Fink and Carlos A. Primo Braga, “How Stronger Protec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ffects International Trade Flows”


쟁점별의견


총칙에 대한 의견

    지 적재산권은 무역에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한 사회의 과학기술, 문화, 예술, 산업, 경제, 인권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자유무역협정에서 지적재산권의 실체적 내용을 규정할 때에는 무역 이외의 분야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며, 우리 헌법과 국제 인권규범에서 보장하고 있는 여러 기본권이 제약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적재산권 제도는 창작자의 권리만 보호한다고 하여 곧바로 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적창작물의 사회적 이용과 창작자의 권리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야만 비로소 제도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그 런데,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는 지적재산권 제도가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균형’의 문제와 무역 이외의 다른 분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가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예컨대, 미호주 FTA는 지적재산권 부문의 총칙에 ‘이행 의무’, ‘국제조약 가입 및 비준 의무’, ‘내국민대우’, ‘보호대상에 대한 소급 적용’만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지적창작물을 자본가적 기술자․창작자의 산물로만 취급하여 ‘상품’과 동일한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지적재산권 제도가 과학기술의 발전이나 문화․예술의 진흥을 오히려 방해하는 왜곡된 제도가 될 것이므로, 최소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지적재산권의 총칙 부분에 포함되어야 한다.


    (1) 목적과 원칙 규정


    지 식과 정보를 재산권에 준하는 형태로 보호할 필요성 이상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을 확대하고 보존하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적재산권 제도의 목적이 창작의 장려라고 할 때, 이러한 목적은 기술자, 발명가, 학자, 예술가, 저자들이 새로운 창작에 필요한 자원을 풍부하게 만드는 공공영역의 확보로부터도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영역의 확보와 보존은 지식에 대한 접근권 보장과 기술혁신․지적창작 활동의 근간으로서, 지적재산권 제도의 중요한 목적이 되어야 하며, 지적재산권에 대한 국가간 협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한 편, 지식과 정보에 대한 자본의 통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강화하고,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이 개도국들의 부를 빼앗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는 트립스 협정조차도 권리 의무의 균형이나 공익을 보장하기 위한 주권국의 조치를 존중하고 있다.  즉, 트립스 협 정 제7조는 “기술 지식의 생산자와 사용자에게 상호 이익이 되고, 사회 복지와 경제 복지를 이끄는 방법으로, 그리고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잡도록 기여하여야 한다”는 점을 협정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것은 트립스 협정의 목적이 기술 소유자의 권리와 의무 사이의 균형과 기술 지식의 생산자의 이익과 사용자의 이익 사이의 균형을 목적으로 하면서, 이 보다 더 상위 목적으로서 사회 복지와 경제적 복지를 증진하는 것을 채용하였음을 의미한다.  또한, 트립스 협정은 이러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 제8조에서 “회원국은 자국의 법률 및 규칙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면서 공중보건 및 영양을 보호하고, 자국의 사회경제적 발전과 기술적 발전에 매우 중요한 부문에 대한 공공이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는 원칙을 천명하였다.


    이 처럼 트립스 협정에서 정하고 있는 목적과 원칙 규정은 한미 FTA의 지적재산권 협정에도 포함되어야 하며, 이에 더하여 ‘공공 영역의 확대와 보존을 위한 당사국의 의무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에 대한 규정’도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2) 목적과 원칙에 대한 분쟁 면제와 독립된 점검 기구의 설치


    앞 에서 얘기한 목적과 원칙 규정은 실체 규정에 반영되지 못하면 협정의 서문을 장식하는 입발림에 불과하다.  실제로 트립스 협정은 목적 규정과 원칙 규정이 실체 규정에 의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해 선언적 규정 이상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따라서, 위의 (1)에서 말한 ‘목적과 원칙 규정’을 실체 규정에 반영하고, 실체 규정이 ‘목적과 원칙 규정’에 위배되는지를 점검하는 별도의 독립된 기구를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이 기구는 실체 규정이 목적 규정이나 원칙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였을 때 실체 규정에 대한 이행 의무의 면제를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하고, 이 선언은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또 한, 목적 규정과 원칙 규정에 따른 당사국의 조치는 다른 당사국 정부 또는 지적재산권자가 분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면제 규정을 두어야 한다.


    (3) 트립스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도하각료선언문


    2001 년 11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된 세계무역기구(WTO)의 ‘트립스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각료선언문’(이하 ‘도하선언문’)을 존중하고 준수한다는 내용이 총칙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도 하선언문은 (i)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트립스 협정이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점과, (ii)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는데, 선언문 제4조는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트립스 협정이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점에 합의한다1).” 라고 합의(agree)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이 선언이 비엔나 협약 제3조 제3(a)항의 ‘추후의 합의2)’ 에 해당함을 재차 확인하였다3).  또한, 도하 선언문에서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트립스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되어야 한다”고 한 점은 트립스 협정문으로부터 반드시 명백하게 도출된다고 보기 어려운, 새로운 해석과 합의라는 점에서 도하 선언문의 또 다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요컨대, “지적재산권의 보호와 시행은 … 권리와 의무가 균형을 잡도록 기여하여야 한다”는 트립스 협정 제7조의 ‘목적’ 규정과 “회원국은 … 협정 규정과 양립하는 한 공중의 건강과 영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는 협정 제8조의 ‘원칙’ 규정을 함께 고려하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트립스 협정을 해석하고 이행해야 하는 것이 WTO 회원국인 한국과 미국의 의무이다.


    또 한,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서 도하선언문은, (i) 회원국은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권리를 가지고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조건을 결정할 자유가 있으며, (ii) 강제실시권을 부여할 수 있는 조건의 하나인 국가 비상사태나 극도의 위기상황이 HIV/AIDS, 결핵, 말라리아와 같은 유행병에 적용되고, (iii) 일정한 조건 하에서 지적재산권의 소진문제(병행수입 문제)를 각국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강제실시나 병행수입에 대한 각국의 주권 재량을 인정한 도하 선언문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총칙 규정과 실체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미 국의 통상법도 도하선언문을 존중하는 것이 지적재산권 분야의 협상 목적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19 USC §3802(b)(4)(C) “The principal negotiation objectives of the United States regarding trade-related intellectual property are - to respect the Declaration on the TRIPS Agreement and Public Health, adopted by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at the Fourth Ministerial Conference at Doha, Qatar on November 14, 2001.”), 만약 미국이 도하선언문의 존중과 준수 의무를 협정문에 넣지 말자고 주장한다면, 이것은 미국이 자국의 법을 어기는 결과가 될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도하선언문을 이행할 의무를 져버리자고 억지를 부리는 꼴이 될 것이다.



1) We agree that the TRIPs Agreement dose not and should not prevent Members from taking measures to protect public health.



2) 조약이나 협정의 해석은 “조약문의 문맥 및 조약의 대상과 목적으로 보아 그 조약의 문맥에 부여되는 통상적인 의미에 따라 성실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것은 ‘1980. 1. 27. 조약 제697호로 국내에 발효된「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제3절(조약의 해석) 제31조(해석의 일반규칙) 제1항에 규정되어 있다. 한편, 비엔나 협약 31조3항에는 조약문의 문맥과 함께 ‘(a) 조약의 해석 또는 그 조약 규정의 적용에 관한 당사국간의 추후의 합의’, ‘(b) 조약의 해석에 관한 당사국의 합의를 확정하는 그 조약 적용에 있어서의 추후의 관행’을 반드시 참작하도록 하고 있다.



3) Frederick M. Abbott, The Doha Declaration on the TRIPs Agreement and the Public Health: Lightening on the Dark Corner at the WTO, Journal of International Economic Law, Oxford University Press, 2002년


저작권 관련 쟁점


보호기간 연장

    (가) 미국의 소니보노법과 이에 대한 미국내 비판


    현 재 베른협약 및 세계무역기구 트립스협정에서 요구하는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 사후 50년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개인 저작물의 경우 저작자 사후 50년간, 법인 저작물의 경우 최초 공표시로부터 50년간 저작권을 보호한다.  그러나, 미국은 1998년 ‘소니보노저작권보호기간연장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현재 저작권법상 저작권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70년까지, 법인 저작물의 경우 최초공표일로부터 95년으로 연장하였으며, 이 법을 토대로 싱가포르, 호주 등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서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요구해 왔다.


    그 러나 소니보노법은 월트디즈니사의 강력한 로비에 의해 등장한 것으로, 입법 당시부터 미국 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미키마우스’의 보호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법이라는 의미에서 ‘미키마우스법’이라는 조롱을 받았으며, 엘드레드 v. 애쉬크로프트 위헌소송사건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한 소니보노법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퍼블릭 도메인 확대 법안(Public Domain Enhancement Act)’이 제출되기도 하였다.  한편 미국에서는 소니보노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저작권 보호기간의 단축이나 저작물별 저작권 보호기간의 차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의 로렌스 레식 교수는 자신의 저서 ‘Future of Ideas’에서 저작권 유효기간을 5년마다 한 번씩 갱신하는 조건으로 저작물 출판일로부터 최장 75년으로 하자고 제안하였고, 또 다른 저서인 ‘Free Culture’에서는 저작권 보호기간에는 기간이 짧을 것, 간단명료할 것, 갱신을 의무화할 것, 소급적용이 불가능할 것 등의 4가지 원칙이 있어야 함을 제시했다.  그는 여기서 1976년까지 평균적인 저작권 유효기간은 출판 이후 32.2년에 불과하므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단축할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쓰고 있다.  또한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저작권 보호기간을 14년으로 하자는 제안을 지지했고, 미국 내에서 저작권 유효기간을 특허의 기간과 동일하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도 자국 내의 현존 저작권보호기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고, 그 근거법이 법제정 때부터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었고 무효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문제 많은 법안에 근거하여 국내법을 변경하게 된다면 한국에서는 더 큰 문제와 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나)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논거 및 이에 대한 비판


    저 작권 보호기간 연장 찬성자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저작권도 재산권에 속하는데 재산권의 일반적 성격에 비추어 보면 상당한 기간 또는 영속적인 보호기간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둘째,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경우에는 그만큼 창작의 유인을 증대시킬 수 있다.  셋째,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었기 때문에 보호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본래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으로 한 것은 저작자와 자손 2세대까지 보호한다는 의미였다.  넷째, 디지털 네트워크 등 기술발달로 인한 저작권 침해를 상쇄시키기 위하여 보호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


    그 러나 이에 대한 반대 논거도 많이 존재한다.  첫째, 경제적인 보상만이 창작의 동기와 유인책을 제공해주지는 않으며,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이 실제로 창작의 활성화와 연결된다는 실제적인 증거도 없다.  둘째, 대부분의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실제 저작자들이 아닌 이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취하기 위한 기업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간 수명의 연장과 자손 2세대의 보호를 위하여 보호기간을 연장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그다지 타당성이 없다.  인간의 수명이 그렇게 비약적으로 증가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미국의 보호기간 연장법이 논의되던 당시 1980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불과 2년 증가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셋째, 보호기간 연장은 저적물을 공공영역화하는 시기를 지연시켜 이를 이용하려는 이용자들은 저작권자를 찾고 교섭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공익적 가치에 반한다.  또한, 2차적 저작물을 만드는 것을 방해하여 문화의 다양성을 저해하게 된다.  실제로, 미국-호주 FTA 당시 호주의 ‘Allan Consulting Group’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보호기간 연장으로 인한 비용(costs)적 측면으로 1) 공유영역 감소로 전체 사회후생이 감소한다는 것(Deadweight Costs), 2) 보호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저작권자를 찾기 위한 추적 비용(Tracing Costs)이 증가한다는 것, 3) 보호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권리 입증에 관한 증거들이 소실되어 저작권의 집행 비용(Enforcement Costs)이 증가한다는 것, 4) 저작권자에게 지나치게 이익을 부여한다는 것, 5) 저작권 수입국인 호주의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는 것, 6) 저작권의 지나친 보호는 자원 분배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것, 7) 정부 정책을 이용하여 저작권의 독점을 강화하려는 지대추구 비용이 증대한다는 것(Rent-Seeking Costs), 8) 저작권의 독점적 성격의 강화로 독점 비용이 증대한다는 것 등을 들고 있으며, 경제적 효과분석의 결과 호주 저작권자들에게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대한 반대


     보호기간 제한의 취지


    소 유권과 달리 저작권의 보호기간을 제한적으로 규정한 것은 인류공동의 자산이라는 저작물의 성격에 기인한다.  저작물은 저작자의 창작적 노력의 소산이지만 저작물의 창작 과정은 선인들이 쌓아 놓은 문화 유산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저작자가 창작한 저작물은 그것이 공표됨에 따라 다시 후세의 사람이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새로운 저작물을 낳는 결과가 생긴다.  이렇듯 저작물은 인류공통의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저작권자에게 아무런 시간적 제한없이 저작물의 독점적 이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저작권 보호기간을 두는 취지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작권자를 보호하여 창작을 유인함과 동시에 그 기간이 지난 후에는 저작물을 공공 영역에 편입시켜 새로운 창작의 토대를 풍부하게 하려는 것이다.


     보호기간 설정 기준


    그 렇다면 어느 정도의 보호기간이 타당한가?  보호기간은 각 국의 문화 수준, 보호기간을 정한 취지, 저작물의 성격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저 작권 보호의 본래 목적은 저작권 보호를 통한 각 국의 문화발전에 있으므로 보호기간의 설정도 각 국의 문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저작권 보호기간은 각 국의 문화 발전 수준에 따라 달리 정하여 지는 것이며, 조약을 통해 각국에서 일률적인 보호기간을 정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므로 조약에 의하여 보호기간을 정하더라도 각 국간 최소보호기간을 정하고 그 외의 연장 여부는 각 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 한, 보호기간을 정하는 데에는 그 보호기간을 둔 근본적인 취지를 고려하여, 저작권자에게 충분한 창작적 동기를 부여할 수 있으면서도 저작물이 공중에 의하여 이용될 가치가 있는 기간 내에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될 필요가 있다.  이용 가치가 없어져 버린 저작물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저 작물은, 음악, 미술, 문학, 학술, 소프트웨어, 건축 등 분야와 형식이 다양하여 보호기간을 저작물에 따라 각기 달리 설정할 필요가 크다.  가령 소프트웨어는 문학저작물보다는 더 짧은 기간으로 보호하여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기술주기가 단축되고 있어서 이윤의 회수기간도 매우 짧고 또한 저작자 사후 50년이라는 장기간이 지나고 나서는 전혀 필요 없는 것이 되어버려 공공영역으로 편입시킬 실익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소프트웨어를 저작자 사후 50년간 보호한다는 것은 보호기간의 제한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호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다시 20년간 보호기간을 연장한다는 것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다른 저작물에 대해서도 보호기간을 영구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보호기간 연장의 본질


    미 국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연장하게 된 계기를 보면 보호기간 연장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함의가 좀 더 분명해 질 것이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연장된 것은 미키마우스의 보호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월트디즈니사의 로비 때문이었다.  출판 시장을 돌아보면, 출판한지 10년 안에 거의 대부분의 출판물이 절판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류열풍을 타고 상품화되는 가요나 영화도 대부분은 판매된 지 수년 내에 경제적으로 가치있는 저작권 보호기간은 종료되고 만다.  그렇다면 저작자 사후 수십년 동안 저작물을 보호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저작물의 경우에는 무의미한 것이다.  예외는 있다.  수백년에 걸쳐 팔리는 세계적 문학작품이나 미술작품의 경우에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작품은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에 의해 창작의욕이 촉진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결과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와 같은 위대한 정신적 산물이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이라는 경제적 기대를 통해 생산되리라는 것은 코미디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러저러한 찬성 논거에도 불구하고, 결국 저작권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50년에서 사후 70년으로 연장하는 진정한 이유는 월트디즈니사와 같은 미국 문화자본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로열티의 회수기간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초국적 문화자본의 이익을 위하여 우리 사회의 문화정책을 희생할 수 없다.  몇 가지 예외적인 저작물의 보호를 위하여 대부분의 저작물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비경제적이며, 문화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따 라서 우리는 저작권 보호기간의 연장에 반대하며, 오히려 저작물에 따라 저작권 보호기간을 차별화하여 대폭 단축하자고 주장한다.

기술적 보호조치

    (가) 기존 조약 및 현행 저작권법 규정


    현 재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조약 및 실연·음반조약에서는 “체약국은 이 조약 또는 베른협약상의 권리의 행사와 관련하여 저작자가 이용하는 효과적인 기술적 조치로서 자신의 저작물에 관하여 저작자가 허락하지 아니하거나 법에서 허용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기술적 조치를 우회하는 것에 대하여 충분한 법적 보호와 효과적인 법적 구제 조치에 관하여 규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저작권법에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에 대한 침해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하여 그 권리자나 권리자의 동의를 얻은 자가 적용하는 기술적 조치”(제2조)로 정의한 뒤, “정당한 권리없이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기술적 보호조치를 제거·변경·우회하는 등 무력화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기술·서비스·제품·장치 또는 그 주요부품을 제공·제조·수입·양도·대여 또는 전송하는 행위는 저작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의 침해로 본다.”(제92조 제2항)고 규정하여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수단 제공행위를 저작권 침해로 의제하고 있다.


    저 작물에 대한 접근은 저작권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저작권자로서도 저작물에 대한 만인의 접근 자체를 막을 법적 권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은 저작물의 복제나 전송 등 저작물의 특정한 이용행위를 허락하거나 금지할 저작자의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저작권자는 저작물의 이러한 특정 이용행위만을 금지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위 저작권조약에서 기술적 조치를 “이 조약 또는 베른협약상의 권리의 행사와 관련하여 저작자가 이용하는” 것이며 “자신의 저작물에 관하여 저작자가 허락하지 아니하거나 법에서 허용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위 조약의 규정은 우리 저작권법이 반영하고 있듯이 저작물에 대한 이용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의 우회행위를 금지하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


    (나) 미국법 및 미국 FTA 중 관련 규정


    반 면, 미국 저작권법(DMCA)은 기술적 조치를 접근통제적 조치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한 뒤,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를 직접 우회하는 행위와, 접근통제적 기술조치 및 이용통제적 기술조치의 우회수단 제공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이 체결한 FTA에서도 미국법에 따라 위 조약의 수준을 뛰어 넘는 과도한 금지를 설정하고 있다.  대신 미국법에서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8가지 예외를 두고 있는데, 예컨대 호환성 연구를 위한 제한된 리버스엔지니어링, 보안연구, 암호화 및 그 해독에 관한 연구, 정보수집이나 법집행 목적의 정부 행위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예외는 매우 제한적이고 애매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도대체가 어떠한 행위가 허용되고 어떠한 행위가 금지된 것인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다)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 금지 및 미국식 규정의 문제점


     저작권 보호범위의 우회적 확대


    DVD 플레이어에는 일정한 지역코드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코드가 ‘1’인 DVD 플레이어에는 그러한 코드에 맞는 DVD 타이틀만 재생된다.  우리나라에서 구입한 DVD 플레이어는 지역코드가 ‘3’이며, 지역코드가 ‘1’인 미국에서 구입한 DVD 타이틀을 재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지역코드가 삽입된 배경은 영화사들이 지역별로 영화배급 시기를 통제하기 위하여 그러한 DVD 표준을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그 러나 다지역(multi-region) 플레이어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플레이어도 시판되고 있다.  미국 영화업계는 일정한 지역코드의 DVD를 다지역 플레이어에 넣어 재생하면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로서 DMCA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저작물을 단순히 읽거나 듣거나 보는 것은 저작물에 대한 ‘접근’ 행위로서 이는 저작권법에 의해 금지되지 아니하므로, 접근을 통제하기 위하여 저작권자가 기술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것을 우회하는 행위를 저작권법에서 금지하여 처벌해서는 안된다.  접근통제적 기술조치의 우회행위까지 금지한다면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할 권한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저작권의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이상한 결과를 초래한다.  땅주인이 둘러친 울타리를 넘는 행위를 법에서 금지한다면 이는 그 땅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함일텐데, 그 땅보다 넓게 둘러친 울타리를 넘어 들어갔다고 하여 그 땅에 미치지도 않았는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그 소유를 넘는 울타리는 공공영역을 축소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울타리를 거두라고 요구할 권리가 다른 타인에게 존재한다고 보아야 옳다.


     법정허락 및 공정이용 무력화


    우 리 저작권법에서 인정하는 이용 통제 기술적 보호조치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땅에 대한 소유권도 일정한 경우 제한된다.  울타리가 있다고 하여도 그 땅을 통행할 권리를 타인에게 보장하는 경우도 있고, 이웃사람들의 수도, 전기 시설 공사를 위해서 땅 주인이 수로나 전기줄의 통과를 용인하여야 하며, 토지측량 등을 목적으로 땅 주인의 허락없이도 그 땅을 드나들 수 있고, 그린벨트나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여 토지 개발을 제한하기도 한다.  저작권을 보호한다고 하여도 일정한 경우 공정이용이라 하여 그 권리를 제한한다.  개인적이고 비영리적으로 저작물을 복제하는 행위나, 비영리적 공연, 학교에서의 저작물 사용, 도서관의 저작물 이용,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저작물의 인용 등 일정한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저작물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일정한 경우에는 보상금을 공탁하고 법정허락이 가능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용통제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를 처벌하게 되면, 이렇게 허용되는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기술적 보호조치를 우회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처벌될 여지가 있어, 저작권 제한이나 법정허락제도를 무력화하여 결국은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와 같이 저작권 보호 범위를 우회적으로 확대하는 결과가 된다.


    따 라서, 이용통제적 기술적보호조치의 우회수단 제공행위를 금지하더라도, 다시 그에 대한 예외를 정하거나 또는 권리자로 하여금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제하여 저작물을 제공할 의무를 저작권자에게 부담시킬 필요가 있다.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의 직접 우회행위 금지에 따른 추가 문제


    미 국의 저작권법에는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의 경우 우회수단 제공행위 만이 아니라 우회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직접 우회행위는 알고서 고의로 하는 행위만이 아니라 모른 데 과실이 있는 행위까지도 금지된다.  이 규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과실(過失)행위까지 금지하는 이유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나 웹호스팅 업체에게 이용자들의 우회행위에 대한 2차적 책임을 부담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접근통제적 기술적 조치의 직접 우회행위는 그 자체가 저작권 침해가 되거나 침해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해킹방지나 개인정보보호의 차원에서 별개의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저작권법으로 금지할 것은 아니다.  설령 이를 금지하더라도 과실행위까지 광범위하게 금지하는 것은 저작물 이용자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업체나 ISP에도 불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


    (라) 미국식 규정에 대한 반대


    기 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를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여도, 이로 인하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저작권 보호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따라서 기술적 보호조치의 우회행위는 그것이 저작권 침해를 조장하거나 초래하는 경우에만 금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이용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가 취하여진 경우에도, 이른바 공정이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로 하여금 기술적 보호조치를 해제할 의무를 부담시켜야 한다.  유럽연합 지침에서는 저작권 제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저작권자가 복제본을 제공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 러나 미국의 규정은 이러한 정당한 사용을 보장할만한 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며, 몇몇 판례가 예외를 인정하기는 하나, 원칙적으로는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행위까지 무분별하게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공정이용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의 보장,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행위의 허용이 보장되지 않는 한, 미국 규정을 수용해서는 안된다.

온라인서비스제공자 책임

    (가) 우리 저작권법 및 미국 규정의 비교


    인 터넷 환경에서는 저작물의 유통이 전기통신망과 온라인서비스를 매개로 일어난다.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얻어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것도 있지만,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복제되어 유통되는 것들도 있다.  전기통신망 사업자나 호스팅 서비스, 검색 서비스 제공자는 이러한 저작권법 위반 저작물의 유통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저작물의 유통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들에게 이용자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울 것인지가 문제된다.  민법의 일반 원리에 따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마다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사업 존폐의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높고, 저작물의 온라인 유통 자체에 많은 차질을 빚어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정보의 원활한 소통을 보장하면서도 저작권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각 국의 저작권법은 일정한 경우에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제한하는 면책 규정을 두고 있다.


    우 리나라의 저작권법은 “다른 사람들이 저작물이나 실연·음반·방송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복제 또는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라고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정의하고, (i)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ii) 침해 사실을 알고 즉시 서비스를 중단한 경우, (iii) 권리자의 고지에 의한 중단의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제한한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권리자의 요구에 응하여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지는 아니하다.  오히려, 권리자의 요구에 응하여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이 된다.


    미 국법 및 미국이 체결한 FTA 중 관련 규정을 보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행위를 (i) 일시적 디지털 네트워크 통신(transitory digital network communications), (ii) 시스템 캐싱 (system caching), (iii)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시스템 또는 네트워크 상에 잔존하는 정보, (iv) 정보 위치확인 도구 (information location tools)의 4가지로 유형화하여, 유형별로 책임제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이 중 호스팅서비스 및 정보검색 서비스의 경우 (i) 서비스제공자가 침해물 또는 침해 사실을 실질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경우, (ii) 서비스제공자가 침해행위를 통제할 권리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침해행위로부터 직접적으로 금전적 이익을 받지 않은 경우, (iii) 권리자의 고지에 의한 서비스 중단 등 3가지 면책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권리자가 법원에 신청하여 서비스제공자에게 침해자 정보의 제공을 명하는 소환장을 발부받을 수 있다.


    (나) 미국법 수용시 문제점


    미 국법은 서비스제공자를 4가지로 유형화한 후 구체적 면책 요건을 법정하고 있다. 그러나 면책조항이 적용되는 서비스제공자의 유형을 법정하면 기술변화 속도에 법이 따라가지 못하여 법률 적용의 공백 지대가 생길 우려가 있다.


    서 비스제공자의 책임제한 사유 중 “고지에 의한 서비스 중단”의 경우 우리법은 권리자가 권리를 소명할 것을 요구하나, 미국법에서는 권리자만으로 충분하며, 대신 위증죄로 처벌받겠다는 선언을 하게 한다.  영미법 전통에서는 성서 위에 손을 올리고 선서를 한 뒤 허위 증언을 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인식이 매우 명확하다.  따라서 미국법으로 위증죄 처벌을 받겠다는 선언을 하게 하면서 권리에 대한 소명없이 단지 통지만 하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위증에 대한 죄의식이 희박한 것을 고려하면, 허위의 권리행사를 막기 위해서는 위증벌의 선언보다는 권리자의 객관적 권리 소명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서 비스제공자가 권리자에게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자칫하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수사목적 등 중대한 공익적 목적상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엄격한 심사에 따른 영장에 의하는데, 저작권자의 사익을 위하여 다른 개인의 천부인권이라 할 수 있는 사생활의 자유를 쉽게 양보하여서는 아니된다.  따라서 침해자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길을 열어주더라도 이는 사법적 또는 행정적 절차를 거침으로써 상대방에게 충분한 방어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일시적 복제

    (가) 현행 규정


    우 리 저작권법에서는 복제를 “인쇄·사진·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에 의하여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는 것을 말하며, 건축물의 경우에는 그 건축을 위한 모형 또는 설계도서에 따라 이를 시공하는 것을, 각본·악보 그 밖의 이와 유사한 저작물의 경우에는 그 저작물의 공연·실연 또는 방송을 녹음하거나 녹화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컴퓨터 램(RAM)의 저장과 같은 일시적 복제가 저작권법상 복제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 러나, 저작물을 보거나 듣기 위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컴퓨터 RAM에 저장되는 것을 고정이나 재제작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저장된 저작물은 다른 명령을 실행하거나 컴퓨터의 전원을 끄면 저장이 되지 않고 자동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저작권법상 복제는 ‘유형물에 고정’ 또는 ‘유형물로의 재제작’으로 한정되므로, 일시적 복제는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WCT 및 WPPT 조약의 경우에는 저작자나 실연자, 음반제작자는 “어떠한 방법이나 형식으로든 저작물의 복제를 허락할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역시 일시적 복제 개념이 인정되는 것인지 명백하지 않다. 다만, 조약 체결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일시적이거나 영구적이거나’라는 표현을 삽입하려고 하였다가 제3세계 국가들과 온라인서비스 제공 통신회사들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되었으므로, WCT 및 WPPT는 일시적 복제를 복제의 개념에서 배제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나) 미국법 및 미국 체결 FTA 중 관련 규정


    미 국 저작권법도 일시적 복제가 복제임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저작권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제한과 관련하여 ‘일시적으로 저장하였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서, 간접적으로 일시적 복제도 복제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이 체결한 FTA에는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의 복제권과 관련하여 복제가 영구적이든 일시적이든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복제에 대하여 허락하거나 금지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하여 일시적 복제를 명백히 인정하고 있다.


    (다) 일시적 복제 인정에 따른 문제점


    일 시적 복제를 전면적으로 인정하면,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접근통제권을 부여하는 꼴이다.  일시적 복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물을 보는 행위, 저작물을 듣는 행위에 반드시 수반되며, 저작물의 전달을 단순히 매개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난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나 과정은 원래 저작권법이 통제하려고 했던 것들이 아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유형물로 다시 제작하거나 이 유형물을 배포함으로써 타인이 저작물을 볼 수 있도록 하거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를 통제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일시적 복제를 현행 저작권법의 복제 개념에 그대로 수용하면, 애초에 의도하지도 않았던 저작물 접근 행위나 매개 행위에 대한 통제권을 저작권자에게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


    또 한 일시적 복제를 복제권 개념에 수용하지 않더라도 일시적 저장이 일어나게 하는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  예컨대, 서버에 저장된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 컴퓨터로 이용할 때 클라이언트 컴퓨터의 RAM에서 소프트웨어의 일부가 잠시 저장되지만, 이러한 일시적 저장을 직접 통제하지 않더라도 서버에 저장된 소프트웨어를 클라이언트가 이용하도록 전송하는 행위를 통제함으로써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  또한, 스트리밍 서비스인 경우에도 서비스 제공자의 복제 행위나 전송 행위를 규율할 수 있고, 브라우징 과정에서 일시적 저장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브라우징 대상이 되는 서버 컴퓨터의 저작물을 통제함으로써 권리 보호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일시적 복제가 디지털 환경에서 점차 증가하는 저작물 이용 행위이고 이를 통제할 권한을 저작권자에게 주지 않아서 문제라는 미국의 주장은 저작권자에게 초과 이윤을 보장하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편, 일시적 복제 개념을 복제로 인정하면서도 일시적 복제의 경우 면책을 광범위하게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시적 복제가 일반적 ‘복제’와는 그 기능이 다르므로 양자를 같게 취급하는 것 자체의 정당성이 의문스럽다.  또 지나치게 저작권자의 권리범위를 확대하여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이용마저도 제약할 수 있는데, 이를 원칙적으로 인정하고 예외적으로 면책을 두는 것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보장이라는 저작권법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또 한 일시적 복제를 인정한다고 하여도 저작권자에게 창작 동기가 추가된다고 보기도 어려워 저작권법 정책상 인정할 이유도 없다.

도서관 면책조항

    (가) 현행 규정


    현 행 우리 저작권법 제28조 제2~6항은 부족한 점은 있지만, 디지털 도서관 구축 및 서비스를 위한 최소한의 면책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즉,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도, 도서관이 소장된 자료를 디지털로 복제하여 도서관 내에서 혹은 도서관간에 디지털화된 자료를 전송하고, 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화된 자료를 복제, 전송의 방식으로 이용할 때 일정의 보상금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면책범위를 벗어난 이용을 막기 위하여 도서관이 기술적 보호장치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면책사항은 디지털 형태로 판매되는 자료에 대한 예외, 발간된 지 5년 미만인 자료에 대한 예외 등으로 상당부분 축소되어 있다.  또한 디지털 도서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화된 자료의 관외 전송 및 복제는 면책조항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나) 미국의 예상 요구사항


    USTR 보고서에서 디지털 도서관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 있다.  첫째, 허락을 받지 않고 디지털화할 경우, 권리자에게 최소한 30일간의 통지기간을 두어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둘째, 현행 저작권법에서 면책 조항은 어문저작물에만 적용하고, 방송물, 실연, 음반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 미국 요구의 문제점


    국 내 저작권법에서 도서관 면책조항의 핵심은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얻지 않고, 소장된 자료를 디지털화 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그 기간이 얼마이든 저작권자에게 통지를 한다는 것은 곧 저작권자로부터 허락을 얻고 디지털화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디지털화하기 전에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얻는 것은 이미 면책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  디지털 도서관은 소장된 자료의 디지털화부터 시작되어, 디지털화된 자료의 복제, 전송 방식의 이용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요구대로 디지털화하기 전에 권리자에게 최소한 30일간의 통지기간을 둔다는 것은 곧 국내 저작권법에서 디지털 도서관을 위한 면책조항의 삭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면 책대상이 어문저작물에만 적용된다는 것도 문제이다.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는 어문저작물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방송물, 음반물 등은 도서관 이용자에게 중요한 정보원이다.  국내 저작권법의 도서관 면책조항은 “도서, 문서, 기록 그 밖의 자료”에 적용된다고 규정하여, 모든 유형의 저작물을 도서관 면책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대로 면책대상을 어문저작물에만 한정할 경우, 도서관에 소장된 방송물, 음반물 등 비어문저작물 이용은 상당히 위축될 것이다.

특허권 관련 쟁점


강제실시권 요건 제한

    (가) 강제실시의 범위와 현행 법률 규정


    특 허발명의 강제실시를 ‘특허권자의 의사에 상관없이 타인이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것’으로 넓게 이해하면, (i) 법률 규정에 의한 강제 실시(선사용에 의한 통상실시권 등), (ii) 행정기관의 결정에 의한 강제실시(ex officio license), (iii) 정부사용을 위한 강제실시(특허법 제106조)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강 제실시제도는 특허권을 제한하여 특허권자의 허락없이도 행정처분 등에 의하여 특허발명을 제3자나 정부가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이다.


    위 3가지 강제실시 중 (ii), (iii)의 강제실시와 관련된 조약과 국내법을 살펴본다.  산업재산권 보호에 관한 파리협약(1883년)은 특허권자에게 특허발명의 실시 의무를 부과하여, 특허권자가 특허발명을 실시하지 않거나 그 실시가 불충분한 경우 특허권 남용이라고 보고, 권리자의 허락없이도 특허발명을 타인이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트립스 협정은 강제실시를 부여할 수 있는 요건은 한정하지 아니하고, 강제실시권을 발동할 때 부가하여야 하는 조건만을 규정하고 있다(유일한 한정은 반도체 기술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그 중 강제실시는 국내 수요를 주목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2002년 WTO 도하각료회의의 선언과 2003년 WTO 일반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의약품 생산시설이나 능력이 없는 국가에게 수출할 목적으로도 강제실시를 허용할 수 있도록 트립스 협정이 개정되었다.  우리나라 현행 특허법은 3년간 계속 불실시, 국내 수요 불충족,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익상 특히 필요한 경우, 불공정경쟁 행위의 시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의약품 생산능력 없는 국가로 수출하기 위한 경우에 강제실시권을 설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미국의 예상 요구 사항


    미 국-호주 FTA, 미국-싱가포르 FTA 중 강제실시권에 관련된 규정을 보면, 강제실시권 설정 요건을 3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첫째, 행정절차나 사법절차에서 불공정행위로 판정된 행위를 시정하기 위한 경우, 둘째,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의 경우, 셋째, 국가 비상사태 기타 극도의 긴급상황의 경우에만 강제실시가 가능하다.  또한 위 둘째, 셋째의 경우 특허권자에게 특허발명과 관련된 비공개 정보나 기술적 노하우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시켜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 미국 FTA 중 강제실시 규정의 문제점


    미 국이 체결한 FTA 협정문은 ‘권리자의 허락 없는 특허발명 이용의 허락(permit the use of the subject matter of a patent without the authorization of the right holer)’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우리 특허법의 정부 사용(제106조), 통상실시권의 재정(제107조) 뿐만 아니라, 심판에 의한 통상실시권(제138조)과 법정 실시권까지 다 포함한다.


    이 처럼 다양한 목적과 법리에 따라 인정되는 특허발명의 강제실시가 미국이 주장하는 단 3가지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그 범위가 대폭 축소되면, 지금까지 인정해 오던 모든 법정 실시권을 폐지해야 하며 관련 공공정책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도하각료회의를 통해 전세계 국가가 합의하였던, 의약품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도 불가능하게 되며, 특허권자의 특허 불실시나 불충분 실시의 경우에도 그러한 권리남용을 제재하기 위한 강제실시가 불가능해지고, 뿐만 아니라 국가 비상사태에 이르지 않는 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강제실시가 필요한 경우조차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는 발명을 사용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실시의 경우 비상업적인 실시는 허용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이 ‘비상업적’인가는 불분명하다.  어떤 발명이든지 정부가 국영기업을 세워서 실시할 수는 없다.  사기업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사기업은 어느 정도의 이윤이 남지 않는다면 이를 실시할 수 없다.  따라서 완전히 비상업적인 실시만을 요구한다면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는 강제실시가 불가능한 것이며, 어느 정도의 이윤이 보장되는 강제실시라고 한다면, 어디까지가 비상업적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는 무역분쟁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공익상 필요한 경우조차 강제실시가 불가능해 진다.


    특 허권자에게 비공개정보나 기술적 노하우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게 규정한 점은 강제실시제도의 실효성을 크게 흔들어 놓을 것이다.  강제실시 제도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려면, 생산하려고 하는 일정한 물건에 어떠한 권리가 존재하는지와 특허 명세서에 공개된 것 이외의 기술 정보를 추가로 공개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기존에도 특허권자 스스로 권리를 신고하게 하거나 특허명세서에서 충분히 개시되지 않은 정보의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강제실시 절차를 개선하고자 하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호주 FTA와 미국-싱가포르 FTA의 내용을 보면 그러한 입법의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고 있다.

치료방법 특허 인정 여부

    (가) 기존의 규정 및 실무


    우 리나라 특허심사실무에서는 인간에 대한 수술, 치료, 진단 방법 등 의료행위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특허법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특허를 허용하지 아니하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국가들과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인간 또는 동물의 치료, 수술 방법 등은 특허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트립스협정 제27조 제3항에서도 그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인간의 수술, 치료, 진단 방법에 대하여 모두 특허를 허용한다.


    (나) 미국의 예상 요구


    바 이오 산업의 발전에 따라 의료분야가 점차 산업화되는 경향을 띠면서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특허를 인정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있었다.  태국에 제안한 미국의 FTA 협상안에도 치료방법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미국이 지금까지 체결한 미·싱가포르, 미·호주 FTA의 내용을 보면 인간·동물에 대한 수술, 치료, 진단 방법에 대하여는 특허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하여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았다.


    한 편 미국-호주 FTA에는 청구항에 기재된 발명이 특정되고 실질적이며 확실한 유용성이 있는 경우에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실무상 산업상 이용 가능성의 문제로 ‘치료방법’의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데, 미국-호주 FTA와 같은 형태로 ‘산업상 이용가능성’을 정의하면 ‘치료 방법’ 특허를 한국이 인정해야 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다) 치료방법 특허인정의 문제점


    치 료방법의 특허를 인정한다면 의료분야에서 독점의 강화, 의료비용 증가, 의료에 있어서 빈부격차의 심화를 불러올 것이다.  의료행위의 긴급성, 인도주의적 성격에 비추어 어떤 치료방법을 소수의 의사나 병원만이 독점한다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소위 환자맞춤형 이식술이 개발되더라도 최초의 개발 병원과 의사만이 이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의사가 그러한 의술을 사용할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허권자의 허락이 없으면 동일한 방법으로 환자를 치료할 수 없게 된다.


    현 대 의학의 연구개발 추세가 유전자 연구에 기초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생명공학기술의 경우 시장선점 효과가 매우 큰 편이다. 생명공학 기술의 일반 산업적 사용만이 아니라 의학적 사용까지도 특허로 인한 독점을 허용하면, 의료분야의 특수성과 맞물려, 그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치료할 능력이 있음에도 죽어가는 환자를 보게 될 것이다.

특허청과 식약청 연계

    (가) 조약과 국내법의 내용


    특 허와 관련된 어떠한 조약에도 특허청과 식약청이 업무를 연계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한국의 법률 어디에도 이러한 업무 연계를 정하지 않고 있다.  즉, 식약청이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하는 과정에서 특허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를 조사할 어떠한 의무도 없다.  오히려 트립스 협정과 특허법은 특허권을 사적 권리로 정하고 있으므로, 어느 의약품이 특허를 침해하였는지 여부를 조사할 의무는 특허권자 개인에게 있다.


    (나) 미국의 예상 요구와 문제점


    미 국은 수년 전부터 한국 식약청과 특허청의 연계가 부족하고, 그로 인하여 특허를 침해한 의약품이 판매 허가를 받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해 왔다.  따라서 이 사안은 이번 한미 FTA에서 미국이 강하게 요구하는 사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식 약청이 의약품 허가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특허 침해 여부를 조사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 째, 특허 침해 여부는 식약청의 고유 업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따라서 식약청은 그러한 업무를 할 능력이 없으며 특허 침해를 판단할 업무 능력을 갖출 필요도 없다.  어느 의약품이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는 특허청은 물론 법원 조차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특허권자가 일방적으로 제출하는 정보만을 믿고 식약청이 의약품의 허가를 거절하도록 한다면, 이것은 ‘눈먼 경찰’을 만드는 꼴이다.


    둘 째,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을 신뢰할 수 없다.  즉, 특허청에 의해 등록된 특허권 중 상당수가 나중에 무효로 판정나며, 특허권자가 제기한 침해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판단되는 사례가 매우 많다.


    먼 저 한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 특허청이 심사를 하여 등록을 하기로 판단한 경우라도 제3자가 이의신청을 하여 등록을 다툴 수 있는데,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이의신청이 제기된 2,491건 중 무려 34%인 854건에 대해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특허청 심사관이 잘못 판단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유효하게 등록된 권리에 대해서 무효심판을 제기하여 등록권리를 무효로 한 비율은 2002년 통계를 기준으로 전체 1,401건 중 503건(36%)에 달하고, 이 가운데 특허와 실용신안은 1,258건 중 380건(30%)이 무효로 되었다.  특허권의 등록은 권리의 효력이 생기도록 하는 전제 조건이고 일종의 공시제도로 제3자는 등록원부에 기재된 사항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부동산 등기제도를 이에 비견할 수 있는데, 특허청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등록해 주었다고 하는 권리의 무려 30%가 사실은 잘못 등록된 현실은 특허등록 제도 자체의 신뢰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처럼 등록특허의 유효성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특허권자가 권리침해를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도 특허권자가 패소한 사건이 훨씬 더 많다.  법무부가 발행한 200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적소유권침해 민사본안 사건(1심 법원)에서 처리한 87건 중 지적소유권자가 이긴 사건은 원고승 2건, 원고일부승 17건으로 모두 19건인 반면, 지적소유권자가 패소한 사건은 무려 21건에 달한다.  또한,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한 형사 사건에서도 전체 18건 중 1건 유기, 3건 재산형으로 겨우 4건에 대해 특허권 침해가 인정되었지만, 33%에 달하는 6건이 무죄로 판결나 특허 침해 주장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와 같이 등록특허의 유효성과 특허권자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은 미국이 더 심각하다.  미국의 지방법원과 연방순회법원에서 1989년부터 1996년까지 18년 동안 239건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다룬 299건의 특허 중 무려 46%가 무효로 되었다1).  이처럼 특허 유효성의 문제는 의약품 특허인 경우에 더 심각하다.  미국의 연방무역위원회(FTC)의 조사2)에 따르면, 2002년 6월 1일 법원의 판결이 난 의약품 특허의 침해소송 사건에서 무려 73%의 사건에서 특허권자가 패소하였다.  이 가운데, 특허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이 56%이고 특허가 무효라는 판단이 46%이다.  또한, 지방법원에서 특허가 무효라고 한 판결이 연방고등법원에서 파기된 것은 8%에 지나지 않는다.  FTC의 이 자료는 제네릭 제약사가 특허가 존재하는 의약품과 동일한 의약품을 품목허가 신청한 것에 대해 특허권자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의 결과이다(특허권자는 제네릭 제약사의 104건의 허가 신청에 대해 72%에 달하는 많은 건수의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 처럼 미국이 요구하는 특허청-식약청 연계와 직접 관련된 자료만을 보더라도 특허의 유효성을 신뢰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특허 침해가 아닌 것을 품목 허가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이로 인한 비용을 제네릭 제약사 또는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특허청과 식약청의 업무 연계가 부족하여 문제라는 주장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등록특허의 형편없는 품질로 인해 생기는 자국의 문제를 개선할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며, ‘눈먼 경찰’을 강요하는 억지 주장으로 자국 제약사의 이익만 대변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1) John R. Allison & Mark A. Lemley, "Empirical Evidence on the Validity of Litigated Patents" (July 1998). Available at SSRN:

http://ssrn.com/abstract=118149



2) Federal Trade Commission, Generic Drug Entry: Prior to Patent Expiration: An FTC Study, July 2002, page 13 참조.


병행수입 금지

    (가) 병행수입의 의미


    병 행수입이란 동일한 특허권이 여러 나라에 존재하는 경우, 어느 한 나라에서 특허권자가 적법하게 유통한 특허품을 제3자가 다른 나라로 수입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특허권자가 특허품을 판매하여 이득을 취하였다면 그 특허품에 대해 다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특허품을 판매하여 이득을 취하는 순간 특허권은 소모 또는 소진(exhaustion)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권리 소진의 범위를 한 나라로만 제한할 것인가 아니면 국경을 무시한 국제소진을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미 국은 특허독립의 원칙을 들어 병행수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의 학자들은 특허독립의 원칙이란 타국의 특허권과 자국의 특허권이 서로 독립하여 존재한다는 원칙일 뿐 자국의 특허권의 효력을 결정할 때 타국에서 생긴 사정을 감안하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병행수입을 금지하면 특허권을 이용한 국제적 시장분할을 인정하고 내외 가격차에 의한 초과이윤의 획득을 국가가 보장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나) 국제조약의 내용과 국내 실무


    트 립스 협정문은 병행수입에 대해 소극적인 규정을 두고 있다.  즉, 트립스 협정 제6조는 “이 협정에 관한 분쟁해결에서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지적재산권의 소진에 관한 문제를 취급하는 데에 사용할 수 없다”고 하여 병행수입을 인정할 것인지 인정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2001년 11 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된 세계무역기구(WTO)의 ‘트립스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각료선언문’(이하 ‘도하선언문’) 제5(c)항은 병행수입을 허용할 것인지는 주권국의 재량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점을 천명하였다1).  다시 말하면 어떠한 경우에 병행수입을 허용하고 금지할 것인지는 당사국의 주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특 허품의 병행수입에 대해 국내 법률에는 명문의 규정이 없으며 판례도 없다2).  다만, 상표품의 병행수입에 대해서는 여러 고시가 있다.  1995년말 재정경제원이 주관하여 관세법 제235조에 따라 만든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수출입통관 사무처리에 관한 고시”는 (i) 국내외 상표권자가 동일인이거나 계열회사, 수입대리점 관계 등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경우, (ii) 외국의 상표권자가 동일인 관계에 있는 국내 상표권자로부터 전용사용권을 설정받은 경우에는 상표품의 병행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1999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화장품 병행수입 제도 업무지침서”를 만들어 화장품의 병행수입 허용기준과 수입신고 절차를 만든 바 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1999년에 만든 “병행수입에 있어서의 불공정거래행위의 유형 고시”는 ‘상표품’에만 적용되는데, 판매업자에게 병행수입품을 취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 등 병행수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정하고 있다.


    이 러한 상표품의 병행수입에 대해 적용되는 고시의 내용들은 대체로 특허품의 병행수입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즉, 수출국과 수입국의 특허권자가 다른 경우에는 병행수입이 금지되지만, 수출국과 수입국의 특허권자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며, 전용실시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에도 병행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병행수입 인정의 필요성


    특 허품의 병행수입은 최대한 넓게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법 이론상 국제소진론이 더 타당하며, 특허권자가 국경을 넘어 이중으로 이득을 취하도록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특허권의 국제소진론을 적용하여 특허품의 병행수입을 인정하면 소비자는 가장 싼 물품이나 상품을 수입할 수 있고 결국 가격이 하향 평준화되어 소비자의 이익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무역자유화라는 개념에도 더 적합하다.


    한 미FTA와 관련하여 더욱 중요한 점은 특허품의 병행수입을 허용할 것인지 말것인지는 미국과 협상을 하여 정할 사안이 아니라 국내의 사정을 고려하여 한국이 자유롭게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또한,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처럼 미국이 병행수입을 고집하는 것은 미국의 법에도 어긋나고 자국민이 값싼 약을 병행수입해 먹을 수 있도록 하려는 미국 의회의 조치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는 이중잣대에 해당한다.


    (라) 의약품의 병행수입과 미국 법률의 규정


    미 국에서 2005년 11월 22일 발효된 ‘Science, State, Justice, Commerce, and Related Agencies Appropriations Act’3)는 2006년 회계연도(2006년 9월 30일까지)에 미국 법무부, 국무부, 상무성, 과학기술부가 집행할 수 있는 총 579억불의 세출 예산액에 대한 법률이다.  이 법의 제631조는 다음과 같다.


    새 로운 쌍무협정이나 다자협정에서 (1) 미국-싱가포르 FTA의 제16.7조 제2항 규정, (2) 미국-호주 FTA의 제17.9조 제4항 규정, (3) 미국-모로코 FTA의 제15.9조 제4항 규정을 도입하는 데에는 이 법에 따른 어떠한 예산도 지출할 수 없다.(None of the funds made available in this Act may be used to include in any new bilateral or multilateral trade agreement the text of - (1) paragraph 2 of article 16.7 of the United States-Singapore Free Trade Agreement; (2) paragraph 4 of article 17.9 of the United States-Australia Free Trade Agreement; or (3) paragraph 4 of article 15.9 of the United States-Morocco Free Trade Agreement.) 


    여 기서 인용하고 있는 (1) 미국-싱가포르 FTA의 제16.7조 제2항, (2) 미국-호주 FTA의 제17.9조 제4항 규정, (3) 미국-모로코 FTA의 제15.9조 제4항 규정은 모두 특허품의 병행수입을 금지하는 규정들이다.  예컨대, 미국-호주 FTA의 제17.9조 제4항은 “각 당사국은, 최소한 특허권자가 계약이나 기타 다른 수단으로 수입에 제한을 가한 경우에는, 특허 물건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특허 방법의 결과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특허권자의 권리가 당사국 영토 밖에서 이루어진 물건의 판매나 배포로 인해 제한되도록 할 수 없다.”고 되어 있으므로, 특허권의 국제소진을 부인하여 병행수입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따 라서 미국무역대표부는 2005년 11월 22일 이후에 논의되는 FTA 협상에서 상대국에게 병행수입의 금지를 요구할 수 없으며, 만약 미국이 이런 요구를 한다면 이것은 자기 나라의 법률을 위반하는 결과가 된다.  미국은 2001년 연방고등법원이 Jazz Photo 사건에서 병행수입을 금지하는 판결4)을 한 이후, 쌍무협정을 통해 다른 나라에 병행수입의 금지를 강요하고 있으나 더 이상 이런 강요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미 국 의회가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FTA 협상 결과가 자국법과 충돌하는 문제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상원 의원들이 2004년에 발의한 “의약품의 시장 접근과 안전에 관한 법률(Pharmaceutical Market Access and Drug Safety Act of 2004)”5)은 특허권의 소진(특허품의 병행수입)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특허의약품이 특허권자에 의해 또는 특허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자에 의해 외국에서 먼저 판매된 경우에는 그 특허의약품을 미국으로 수입하는 행위나 미국 내에서 사용, 판매하는 행위는 특허권의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6).  이 법안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7), 이것은 다른 OECD 국가로부터 값싼 의약품을 병행수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미국 의회의 이러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그 런데, 미국 무역대표부는 미국이 호주와 체결한 FTA에서 특허품의 병행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의약품의 병행수입을 허용하는 입법이 불가능한지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함으로써 미국 특유의 이중 잣대와 일방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No. The FTA reflects current law in the United States. Nothing in this FTA or any other trade agreement prevents Congress from changing U.S. law in the future. Even if a dispute settlement panel found the U.S. acted inconsistently with the FTA, it could not require Congress to amend the law. Importantly, provisions in the FTA protecting patent holder's rights only apply to products under patent. This provision would have no impact on importation of non-patented (generic) prescription drugs.8)


1) The effect of the provisions in the TRIPS Agreement that are relevant to the exhaustion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is to leave each member free to establish its own regime for such exhaustion without challenge, subject to the MFN and national treatment provisions of Articles 3 and 4.



2) 특 허권의 국제소진을 이유로 1982년 항암제 약품인 아드리아 “마이신”의 병행수입을 허용한 사례가 있다고는 한다. (윤미경․이성미 “병행수입에 대한 WTO TRIPS 논의정책연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1년)


3) Public Law No: 109-108, H.R.2862

http://legislative.nasa.gov/Legislation/PL109-108.pdf


4) Jazz Photo v. ITC, 264 F.3d 1094 (Fed. Cir. 2001)



5)  

http://dorgan.senate.gov/newsroom/extras/042104DrugReimportBill.pdf



6) It shall not be an act of infringement to use, offer to sell, or sell within the United States or to import into the United States any patented invention under section 804 of the Federal Food, Drug, and Cosmetic Act that was first sold abroad by or under authority of the owner or licensee of such patent.



7) Frederick M. Abbott, "Intellectual Property Provisions of Bilateral and Regional Trade Agreements in Light of U.S. Federal Law", February 2006 UNCTAC - ICTSD Project on IPRs and Substantial Development 13면 참조.


8) U.S.-Australia Free Trade Agreement -- Questions and Answers About Pharmaceuticals, July 8, 2004

http://www.ustr.gov.Document_Library/Fact_Sheets/2004/U.S.-
Australia_Free_Agreement_--_Questions_Answers_Pharmaceuticals.html
[Abbott: 2006]에서 재인용


특허권의 기간 연장

    (가) FTA의 사례와 트립스 협정의 규정


    특 허권을 취득하려면 등록 여부에 대한 특허청의 심사를 거친 후 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처럼 특허권은 행정청인 특허청이 심사를 한 후 특허를 허여한다는 결정을 하고, 출원인이 등록이라는 요식 행위를 해야 발생하는 권리라는 점에서, 창작과 동시에 권리가 발생하는 저작권과 차이가 있다.  특허권은 등록이 되어야 권리 행사를 할 수 있으나, 권리가 존속하는 기간은 특허를 출원한 때부터 계산해서 20년까지이다.


    미 국이 체결한 FTA에는 특허청의 심사에 장기간이 걸린 경우 그 기간만큼 특허권의 존속 기간을 연장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칠레 FTA는 특허를 허여한다는 결정이 출원일로부터 5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3년이 걸린 경우 특허 기간 연장을 해야 하고(제17.9조 제6항), 미국-싱가포르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제16.7조 제7항), CAFTA는 출원일로부터 5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3년(제15.9조 제7항), 미국-모로코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제15.9조 제7항), 미국-호주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제17.9조 제8(a)항), 미국-바레인 FTA는 출원일로부터 4년 또는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이 걸린 경우에 특허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트 립스 협정은 특허권이 출원일로부터 20년이 되기 전에는 소멸하지 않는다고 하여 존속기간의 만료시점만 정할 뿐 특허권의 존속 기간 연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 심사 지연에 대한 특허권의 기간 연장 규정을 둔 것은 트립스 협정과는 무관하며 미국 특허법의 규정을 차용한 것이다.  미국은 1999년에 특허법을 개정하여 출원인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특허심사 처리 기간이 3년을 넘는 경우 초과 기간만큼 특허권의 기간을 연장하는 제도를 만들었다(미국 특허법 제154조 제(b)(1)(B)항).  그런데, 미국이 체결한 FTA를 보면, 미국법의 심사지연 3년 보다 더 짧은 2년을 특허권 기간 연장의 근거로 한 사례가 더 많다.


    (나) 특허권 존속 기간 연장의 문제점


    ①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


    미 국이 체결한 FTA 사례와 같이 심사청구일로부터 2년 또는 3년 이상의 심사 기간이 걸린 경우 특허권의 기간을 연장하는 제도를 도입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특허권이 연장되는 결과가 생긴다.  왜냐하면, 한국 특허청의 심사 처리 기간이 평균 3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이다.  특허청이 발행한 ‘2005년 지식재산백서’에 따르면, 한국 특허청의 ‘1차 심사처리 기간’은 2002년 22.6개월, 2003년 22.1개월, 2004년 21.0개월이다.  여기서 ‘1차 심사처리 기간’이란 출원인이 심사청구를 한 날로부터 특허청 심사관이 최초로 심사결과를 통지한 때까지를 말하며, 이 기간은 출원인에게 아무런 책임 없이 걸린 기간이다.  1차 심사처리 후에도 출원인의 의견을 검토하거나 2차 심사 결과를 통지하는 등의 절차가 따르므로, 특허를 허여한다는 최종 심사처리가 이루어지는 시점까지는 심사청구일로부터 보통 3년이 걸린다.  따라서 심사지연으로 인한 특허권 기간 연장 제도를 한국에 도입할 경우 특허권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는 원칙은 없어지고, 대부분의 특허권이 기간 연장되는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결과가 된다.  즉, 현재 한국 특허청의 심사능력으로는 심사 지연으로 인한 특허권 존속 기간 연장 제도를 도입할 수 없다.


    ② 부실 권리의 양산 문제


    더 큰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특허청이 심사 지연을 줄이기 위해 심사처리 기간을 단축할 경우 부실 권리가 양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허청이 평균 3년에 가까운 심사 처리 기간을 거쳐 등록한 특허의 약 30%가 나중에 잘못 등록된 것이라고 밝혀졌다.  이러한 통계만 보더라도 등록된 특허의 유효성 그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심사 기간을 단축하면 부실한 심사로 이어지고 등록특허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또한, 현재 특허청 심사관의 1인당 연간 처리 건수가 미국의 경우 70여건이지만 한국은 이보다 5배나 많은 350여건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특허심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특별한 조치 없이 심사처리 기간만 단축하는 것은 부실한 특허권를 더 많이 양산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 처럼 한국 특허청의 심사 품질이 형편없는 주된 이유는 바로 특허출원이 남발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특허출원 건수는 급속하게 증가하여 2004년 한해에만 14만 건의 특허가 출원되었고, 현재 등록되어 있는 특허권의 수는 약 100만 건에 달한다.  그런데, 이 중 실제로는 사용되지 않는 소위 ‘잠자는 특허’가 무려 66.8%에 달한다.  2005년 한국 특허청의 통계에 따르면, 등록된 특허의 사업화율은 고작 33.2%에 불과하고 사업화의 성공률도 18%에 지나지 않는다.  특허권은 독점권이기 때문에 어느 기술에 특허권이 설정되어 있으면 다른 자는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없는데 특허권자 스스로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 독점권으로만 등록되어 있다면 사회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러한 ‘잠자는 특허’가 많은 이유는 대기업들이 특허권의 숫자를 기업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특허청이 특허출원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 왔기 때문이다.


    ③ 보완 장치의 마련


    특 허권의 보호기간을 출원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종료하도록 한 것은 권리의 소멸 시점을 일률적으로 정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제3자는 어느 기술이 특허 등록 되었더라도 출원일로부터 20년이 지나면 그 기술은 공공영역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이를 사용할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특허청의 심사지연으로 인하여 권리 기간이 늘어나서 이러한 기대가 무너지고 그 불이익을 사회 전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이다.  또한, 특허 심사 기간을 단축하여 빨리 권리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심사를 통하여 부실한 권리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심사기간의 지연으로 인한 특허권자의 불이익을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보완 장치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i) 출원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한 후에도 예외 적용을 받아 권리 기간이 연장된 경우에는 보상금 지급을 전제로 누구나 특허발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특허권의 성격을 바꿀 필요가 있다.


    (ii) 심사 지연으로 인해 권리가 연장된 기간 동안에는 보상금 지급을 전제로 특허발명의 강제실시를 제3자가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iii) 과거 한국 특허법에는 특허청 심사관이 특허등록을 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누구나 이의신청을 하여 심사관의 판단을 다툴 수 있는 이의신청제도를 두고 있었다.  일종의 공중심사 제도를 두어 부실한 권리가 등록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1997년에 개정된 특허법은 특허권이 빨리 등록되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이의신청을 등록 후에만 가능하도록 변경하였고, 2006년 2월에 개정된 특허법은 이러한 이의신청 제도 자체를 폐지하였다.  심사 지연으로 인한 권리 연장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공중 심사를 통한 부실 권리의 등록을 막는 장치인 등록 전 이의신청 제도를 부활해야 한다.

데이터 독점권에 대한 의견

    (1) 트립스 협정의 규정과 해석


    데 이터 독점권과 관련된 트립스 협정 규정은 제39.3조이다.  이 규정은 새로운 화학물질을 이용한 의약품 또는 농약품의 판매 허가를 얻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자료가 상당한 노력을 들여 작성한 미공개 시험 결과인 경우 이것을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unfair commercial use)으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회원국에 부여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의무에는 예외가 적용되는데, 공중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나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으로부터 자료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경우에는 위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의 문구를 보면, 트립스 제39.3조는 신약 등의 임상 시험 자료에 대한 독점권 권리를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영업비밀 보호의 법리에 따라 자료를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1)


    이 러한 해석은 트립스 협상 과정을 통해서도 명백히 뒷받침된다.  미국과 유럽은 트립스 협상 과정에서 협정문에 데이터 비밀성 보장과 일정 기간 동안의 독점권을 명시하자고 주장하면서, 정부를 포함한 제3자의 상업적 이용 또는 경쟁적 이용에 대한 상당한 보상을 전제로 한 예외만 인정하자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제안은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기각되었다.  브뤼셀 각료회의에 제출된 문안2)에 는 “최소한 5년 동안 경쟁 제품의 허가에 원데이터를 원용할 수 없다”는 표현이 있었지만, 현재의 트립스 협정 제39.3조에는 이러한 표현이 삭제되어 있다.  따라서, 트립스 협정의 조약성립 준거자료(travaux preparatoires)에 비추어 볼 때 데이터 독점권이 트립스 협정 제39.3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요 컨대, 미국이 FTA를 통해 상대국에 강요하는 ‘데이터 독점권’은 트립스 협정과 무관하며, 트립스 협정에 따라 데이터 독점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논리비약이고 법리적으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다3).  예를 들어, 미국이 2006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신약의 재심사 기간에는 후발 제약사가 모든 임상시험 데이터를 제출하지 않고서는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한 한국 식약청의 판단이 트립스 협정 제39조 제3항에 따른 것이라고 한 주장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특허청은 미국의 이러한 잘못된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으며4), 2000년 6월 트립스 이사회에서 한국의 지적재산권 법령을 검토할 때 외교통상부도 1995년 1월부터 시행한 신약 재심사 제도가 트립스 제39.3조의 의무에 따른 것이라는 그릇된 해설을 하고 있다.

    미 국은 무역보복을 무기로 데이터 독점권을 퍼트리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트립스 협정이 발효된 직후인 1995년, 트립스 제39.3조에 따르면 의약품 시판 허가 데이터를 원 데이터 작성자의 동의 없이는 일정 기간 동안 타인의 의약품 시판 허가 신청을 검토하거나 승인하는 데에 사용할 수 없다는 일방적인 견해를 내 놓았다5).  그 후 양자간 무역협정에서 미국은 상대국에게 5년간의 데이터 독점권 보장을 조건을 내거는 행위를 상습으로 해 왔다.  1996년 미국은 데이터 독점권을 문제삼아 호주를 상대로 스페셜 301조 조사에 착수했고, 1997년에는 아르헨티나, 그 다음 태국과 대만을 상대로 통상압력을 가해왔다.  이처럼 트립스 협정 의무가 부과되지도 않는 데이터 독점권을 미국이 통상압력을 통해 상대국에게 강요하자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립스 협정 제39.3조가 데이터의 ‘보호(protection)’만을 의미할 뿐이며, 데이터 ‘독점(exclusivity)’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 놓았고6), 2001년에는 아프리카 그룹,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트립스 제39.3조가 데이터 독점권을 의미하지 않으며 이 조항이 시판 허가 데이터에 대한 재산적 권리를 인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트립스 이사회에 표명하기도 했다7).


    (2) 한국의 제도와 실무


    트 립스 협정 제39.3조에 따른 보호는 한국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영업비밀보호법’)을 통해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즉, 영업비밀보호법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영업비밀’로 정의하며, 이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여 (i) 영업비밀을 부정한 수단으로 취득하거나 사용, 공개하는 행위, (ii)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취득, 사용, 공개하는 행위, (iii) 영업비밀 유지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사용, 공개하는 행위를 영업비밀 침해 행위로 규정한 다음, 이러한 침해행위를 한 자에 대해서는 징역 5년 이하(외국에서 사용하는 경우는 징역 7년 이하)의 엄격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침해자가 얻은 이득액의 2-10배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하고 있다.


    또 한, 의약품의 임상시험 자료 등에 대해서는 약사법에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여 식약청 공무원들에게 자료의 공개금지 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약사법 제72조의 9 제1항), 자료를 열람하거나 검토한 자에 대해서도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며(동조 제2항), 이를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한, 농약에 대해서도 제출 자료의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농약관리법 제27조). 


    따 라서 한국은 영업비밀보호법, 약사법, 농약관리법을 통해 트립스 협정 제39.3조의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한 편, 약사법은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시험성적서, 관계문헌 기타 필요한 자료를 식약청장에게 제출해야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해 주고 있는데(약사법 제26조 제6항), 신약에 대해서는 재심사제도를 두어 품목허가일로부터 4년 내지 6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3월 이내에 식약청장의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약사법 제26조의 2 제1항).  그런데, 식약청장은 이 재심사 기간 동안에 다른 자가 동일한 품목에 대한 허가를 받으려면 “최초 허가시 제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서 이와 동등 범위 이상의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여8) 실질적으로 트립스 협정 제39.3조에서 요구하고 있지 않는 데이터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신약이 실제로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다시 심사하겠다는 신약재심사제도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위법인 약사법으로부터 아무런 위임을 받지 않은 사항을 훈령에 불과한 식약청장 고시로 정한 것이어서 무효이다.  또한, 영업비밀보호법이나 약사법의 다른 규정에 의해 최초 허가시 제출된 자료는 공개가 금지되어 있는데, 후발 신청자가 알 수도 없는 자료에 비추어 ‘동등 범위 이상의 자료’를 내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는 제도이다.


    (3) 데이터 독점권 제도의 문제점


    (가) 새 로운 독점권을 창설하여 의약품의 접근권을 제한하고 경쟁을 차단하는 효과


    2003 년 한국 식약청의 조사에 따르면, 신약에 대한 특허권이 만료되었으나 신약재심사제도(PMS)로 보호되는 품목은 물질 특허 26건(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파킨스치료제 ‘리큅정’ 등), 방법 특허 81건(한국릴리의 당뇨병 치료제인 ‘액토스정’, 항암제 ‘젬자’, 한국노바티스의 ‘트리렘탈필림코팅정’ 등)으로 모두 100건이 넘는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1998년에서 2004년 2월까지 미국 식약청에서 허가한 137개의 의약품을 조사한 결과, 17%에 달하는 23개 의약품이 이미 특허 보호기간이 만료되었지만 데이터 독점권 보호 기간이 남은 것이었다.  이 23개 의약품 중 22개는 ‘오렌지북’9)에 등재된 특허가 없는 경우이다10).


    이 처럼 데이터 독점권은 특허권과 별개로 다국적 제약사의 시장독점을 보장하여 제네릭 제약사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의 역할을 할 뿐이다. 그 결과 고가의 의약품 독점 가격이 최소한 5년 동안 유지되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나) 의약품 특허의 강제실시를 무력화 하는 문제


    2006 년 3월 3일 개정된 현행 특허법에 따르면, (i) 공공의 이익을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정부 등이 특허발명을 강제실시할 수 있고(특허법 제106조 제1항), (ii) 특허발명이 3년 동안 국내에서 실시되지 않거나 적당한 규모로 실시되지 않는 경우, (iii)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iv)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iv) 의약품 수출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특허법 제107조 규정에 따라 누구든지 특허발명을 강제실시할 수 있다.  그런데, 특허발명이 의약품인 경우 이 의약품이 데이터 독점권을 보호받고 있다면 그 기간 동안에는 강제실시권을 얻더라도 품목허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특허발명의 강제실시 제도가 데이터 독점권 제도에 의해 쓸모없게 되는 결과가 생긴다.


    (다) 트립스 협정 이상의 불필요하고 비윤리적인 보호


    앞 에서 본 것처럼, 트립스 협정 제39.3조는 특정 데이터를 영업비밀로 보호할 의무를 회원국에게 부과할 뿐이므로 이를 독점적 권리의 하나로 인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데이터 독점권을 인정하면, 후발 제약사들도 모두 임상시험을 반복해야 하는 결과가 되는데, 이것은 불필요한 중복 시험을 강제하는 것이고, 의학적으로도 비윤리적이다.  왜냐하면, 이미 안전하고 유효하다고 판단된 의약품에 대해 중복 시험을 강요하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이고, 환자들은 반복 시험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일정 기간 동안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막아 환자들이 의약품을 값싸게 구입할 기회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미국 식약청 조차도 제네릭 의약품이 안전하고 유효하다면 이것을 다시 시험하게 하는 것은 쓸모없고 비윤리적이라고 한 바 있다11).


    (라) 특허권 보호와 중복되는 문제


    데 이터 독점권을 특허권과 별개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  특허란 발명이 유용하거나 산업상 이용가능해야 부여되는 독점권이다.  의약품을 발명한 자, 특히 사람이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신약을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자는 이것이 안전한지, 약리적 효과가 있는지를 입증을 해야만 특허를 받을 수 있다.  특허를 부여하는 특허청과 의약품의 판매 허가를 해 주는 식약청이 다른 종류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신약이 안전한지, 유효한지를 조사하고 입증하는 것은 신약의 발명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  우리 대법원도 의약품 발명의 경우에는 특정 물질에 출원인이 주장하는 약리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약리 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예로 기재하여야 비로소 발명이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12).


    또 한 의약품 발명에 대해서는 품목허가를 얻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성 등의 시험에 걸린 기간을 최장 5년까지 보장해 주는 특허권존속기간연장등록제도가 마련되어 있다(특허법 제89조).  따라서 의약품의 임상시험에 든 노력을 ‘데이터 독점권’이란 별도의 제도로 보호하는 것은 특허제도와 중복된다.


    (마) 보완 장치의 미비


    독 점권의 인정은 독점권을 제한하거나 예외를 설정하는 제도적 장치와 상호보완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이 그 동안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는 이러한 보완 장치가 들어있지 않다.  미국의 주장처럼 ‘데이터 독점권’이 트립스 협정 제39.3조에 따른 의무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데이터 독점권을 제한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또한, 특허권의 강제실시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보상을 전제로 경쟁사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후발 제약사가 선발 제약사에게 데이터 이용의 허락을 요청하고 허락을 받지 못하면 중재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하며, 데이터 이용료를 포함한 강제 중재결정을 통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  트립스 협정 제39조에서는 ‘trade secret’이란 용어 대신에 미공개정보(undisclosed information)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것은 ‘trade secret’가 미국 법원의 판례를 통해 형성된 미국식 개념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즉, 트립스 협정에서 말하는 미공개 정보는 우리 법에서 말하는 ‘영업비밀’에 준하는 개념이다.


2) Parties, when requiring, as a condition of approving the marketing of new pharmaceutical products or of a new agricultural chemical product, the submission of undisclosed test or other data, the origination of which involves a considerable effort, shall [protect such data against unfair commercial use. Unless the person submitting the information agrees, the data may be no be relied upon for the approval of competing products for a reasonable time, generally no less than five years, commensurate with the efforts involved in the origination of the data, their nature, and the expenditure involved in their preparation.



3) Aaron Xavier Fellman, "Secrecy, Monopoly, and Access to Pharmaceuticals in International Trade Law: Protection of Marketing Approval Data Under the TRIPs Agreement", 45 Harv. Int'l L.J. 443 (Summer 2004), p. 460 “[I]n Summary, the weight of the evidence indicates that, notwithstanding the arguments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EC, the "unfair commercial use" language of Article 39 of the TRIPs Agreement does not encompass a data exclusivity obligation per se as a matter of positive law, particularly not when disclosure of marketing approval data is "necessary to protect the public."”



4) 특 허청의 “트립스 조문 해설집”에는 “당초 규정은 ‘임상시험 자료를 최소 5년간 원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현재의 규정은 ‘부정한 상업적 사용(unfair commercial use)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규정으로 다소 완화되었으나, 원용할 수 없게 된 것은 동일하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설은 협상 경과에 비추어볼 때 명백히 잘못된 해설이다.



5) 

http://www.phrma.org/international/resources/2002-02-22.45.pdf


6) U.N. Conference on Trade & Dev., The TRIPs Agreement and Developing Countries, 48, U.N. Doc. UNCTAD/ITE/1, U.N. Sales No. 96.II.D.10 (1996); TRIPS,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and Access to Medicines, ARV Newsletter, December 2002, Issue No. 8 “RIPS, however, mandates data protection, but not data exclusivity and national law need not have requirements that are more stringent than TRIPS.”



7) Council for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Submission to the TRIPs Council by the African Group et al, IP/C/W/296 (June 29, 2001).


8) 식 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 제5조 제10항.


9)  오렌지북은 “FDA's Approved Drug Products with Therapeutic Equivalence Evaluations” 책자를 말한다.

   

http://www.fda.org/cder/ob/defaulti.htm 참조.



10) http://www.pharmalaw.org/marketing%20exclusivity%CC20dates%20
(12.3.04).doc


11) The FDA considered retesting of generic drugs to be wasteful if the underlying drug is safe and effective. Moreover, such retesting is unethical because it requires that some risk patients take placebos and be denied treatment known to be effective. See H.R. REP. No. 8-857, Part I at 16 (1984).


12) 2001 후65 판결(원고: 화이자) “일반적으로 기계장치 등에 관한 발명에 있어서는 특허출원의 명세서에 실시예가 기재되지 않더라도 당업자가 발명의 구성으로부터 그 작용과 효과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용이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이와는 달리 이른바 실험의 과학이라고 하는 화학발명의 경우에는 당해 발명의 내용과 기술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예측가능성 내지 실현가능성이 현저히 부족하여 실험데이터가 제시된 실험예가 기재되지 않으면 당업자가 그 발명의 효과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용이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워 완성된 발명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약 리효과의 기재가 요구되는 의약의 용도발명에 있어서는 그 출원 전에 명세서 기재의 약리효과를 나타내는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특정 물질에 그와 같은 약리효과가 있다는 것을 약리 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예로 기재하거나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만 비로소 발명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동시에 명세서의 기재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이와 같이 시험예의 기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최초 명세서에 그 기재가 없던 것을 추후 보정에 의하여 보완하는 것은 명세서에 기재된 사항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명세서의 요지를 변경한 것이라 할 것이다.”


소리상표, 냄새 상표의 도입 여부에 대한 의견

    (1) 현행 상표법 및 조약상 상표의 개념


    트 립스 협정에서는 “한 사업자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의 것과 구별할 수 있는 표지 또는 표지들의 결합이 상표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하면서, 한편 회원국은 표지가 시각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등록요건으로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동협정 제15조 제1항).  시각적 인식가능성을 등록요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문장은 브라질의 지적에 따라 추가된 것이다.  브라질은 “제1항의 상표정의에 없는 소리상표나 냄새상표 등을 보호하는 것은 각 회원국의 자유인데, 소리상표가 유명해질 경우에는 유명상표 보호규정(동 협정 제16조 제2항 및 제3항)에 의하여 소리상표의 보호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서도 소리상표를 인정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그러한 경우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동 협정의 위 규정은, 상품을 구성하는 표지(sign)에서 냄새나 소리를 배제하고 있지는 아니하나, 각 회원국이 시각적 인식가능성을 등록요건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줌으로써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인정여부를 각 회원국의 재량에 맡겨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1994 년 채택된 상표법조약(Trademark Law Treaty)은 시각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기호로 구성된 표장에 한하여 적용되며, 홀로그램 표장과 소리상표 및 냄새상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동 조약 제2조 제1항 (a) 및 (b)}.


    현 행 상표법에 의하면 상표란 “상품을 생산·가공·증명 또는 판매하는 것을 업으로 영위하는 자가 자기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타인의 상품과 식별되도록 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문자·도형·입체적 형상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 또는 “이들에 색채를 결합한 것”(표장)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1호).  이러한 표장의 개념에 합치되지 아니하는 것은 상표출원등록의 거절사유가 된다(동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또한, 상품의 산지·품질·원재료·효능·용도·수 량·형상(포장의 형상을 포함한다)·가격·생산방법·가공방법·사용방법 또는 시기를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표장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될 수 없다(동법 제6조 제1항 제3호).


    따 라서, 현행법상으로는 향수에서 나는 특정한 향기와 같은 기능적 냄새는 물론이고 상품 그 자체의 성질로부터 유래되는 것이 아닌 냄새나 소리를 구성요소로 하는 상표는 상표로서 보호받을 수 없다.  이는 국제적인 보호수준에 비추어 손색이 없다.


    (2) 냄새상표·소리상표의 도입 주장의 요지


    미 국 상표법(Lanham Act)에서는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미국특허청 상표심사기준에서는 냄새상표와 소리상표가 등록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심사기준을 제시하며, 미국 NBC방송사의 3중화음 차임벨소리, 미국 MGM 영화사의 사자울음소리, 펩시콜라사의 병 따는 소리, 자유의 종소리 등이 소리상표로 등록되어 있으며, 자수용실 및 바느질용 실이 지닌 특징적 냄새에 대하여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인정하여 냄새에 대한 상표등록을 인정한 바 있다.  미국 심사기준에 따르면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출원을 위해서는 상세한 설명서만 제출하면 되고 도면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냄새상표의 경우 비기능적(nonfunctional) 냄새는 등록될 수 있다고 본다(향수의 냄새는 기능적인 것으로 등록될 수 없다).


    미- 싱가포르 FTA 제16.2조 제1항은 “각 당사국은 상표가 서비스표, 단체표장, 증명표장을 포함해야 하고 지리적 표시를 포함할 수 있음을 규정해야 한다. 각 당사국은 기호가 시각적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등록조건으로서 요구하지 않아야 하지만 각 당사국은 냄새 상표(Scent marks)를 등록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여, 적어도 소리상표는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미-호주 FTA 제17.2조 제2항은 “각 당사국은 표장이 시각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등록의 조건으로서 요구할 수 없고 기호가 소리나 냄새로 이루어진다는 것만을 이유로는 표장의 등록을 거절할 수 없다”고 하여 소리상표, 냄새상표를 모두 보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듯하다.  위 FTA 규정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은 한국과의 FTA에서도 소리상표와 냄새상표의 도입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 럽의 경우 89/104/EEC Directive에서는 “상표는 사람의 이름을 비롯한 단어, 디자인, 문자, 숫자, 상품의 형상 또는 상품의 포장의 형상 등과 같은 “graphical representation”이 가능한 표지로 이루어지며, 이러한 표지는 한 사업자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사업자의 것과 식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유럽사법재판소(ECJ)와 유럽 각국은, 소리상표와 냄새상표가 위 지침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graphical representation”은 트립스협정문의 “visual perceptable”보다는 광의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다만, 소리상표와 냄새상표가 “graphical representation”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는가가 관건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다트(dart)의 화살(fight)에 적용된 쓴 맥주의 강한 향”(GB 2000234), “타이어에 적용된 장미를 연상시키는 꽃 향기”(GB 2001416)의 경우 “graphical representation”의 요건에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여 상표등록을 허락했다.


    냄 새상표와 소리상표의 보호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전형적 상표의 경우에도 출처표시기능과 식별기능, 정보전달기능 등 상표로서의 제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한, 상표로서 사용 또는 등록되는 것을 절대적으로 금지시킬 이유나 근거가 없고, 국가정책적인 면에서도 상표제도의 선진화 국제화 추세에 따라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소리상표의 경우 미국에서는 음악산업의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고 한다.


    (3) 문제점


    (가) 상표로서의 기능이 어려움


    냄 새·소리로 구성된 상표라도 그것이 상표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한, 이를 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과연, 냄새나 소리상표가 상표로서의 출처표시기능 및 식별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지적이 많다. 


    Bettina Elias에 의하면 냄새상표가 상표로 기능하기 위하여는 ① 소비자가 상품을 구입하기 이전에 상품의 냄새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② 소비자는 이러한 냄새를 상품의 특성으로 연관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냄새상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한다.  즉, 냄새는 실제 상품의 판매 시점에서는 소비자가 상품의 동일성을 식별하는 상표로서 기능하기 어렵다는 점, 냄새가 상품의 특성으로서 기능하는 경우에도 이 냄새가 친근한 향기와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상품의 냄새를 영구적으로 고정하기가 기술적으로 곤란하다는 점, 상품의 냄새에 대한 판단이 매우 주관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냄새상표가 출처표시와 식별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소 리상표의 경우에도 소비자가 구입을 결정할 때 상품의 동일성을 식별하게 하는 기능이 부족하다. 예컨대, 소비자가 음반을 구입할 때는 소비자의 구입을 결정하는 요인은 포장정보에 기초하므로, 구입이전에 인식되지 않은 음반에 있는 소리는 상표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한편 소비자들이 음반의 구입에 있어 그 상품의 포장에 의존하지 않고 음반 안에 있는 독특한 소리에 기초한다면 그 독특한 소리는 명백히 기능적인 것이므로, 상표등록될 수 없는 것이다.


    (나) 심사·등록 실무상의 문제점


    서 면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상표심사 및 등록 실무를 고려할 때 과연 냄새나 소리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심사하고 공시할 것인지에 관한 실무적 차원의 문제도 있다.  상표권은 상표를 등록함으써 발생하므로, 등록원부는 상표권의 권리범위를 확정짓고 이를 공중에게 공시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등록되는 내용은 명료하고 간결하며 알기쉬어야 한다.


    이 와 관련하여, 냄새상표가 유럽지침에 의하여 배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graphical representation” 요건 불충족을 이유로 그 등록을 거부한 독일 특허청의 결정을 지지한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Sieckmann 사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독 일 특허법원은 유럽사법재판소에 2가지에 대한 사전평결을 의뢰하였다.  첫째는, 유럽지침 89/104/EEC의 제2조가 말하는 그래픽으로 표시될 수 있는 표지라는 것이 시각적으로 직접 재현될 수 있는 표지만을 포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는 시각적으로 인식될 수 없으나 특정한 매개체를 사용하여 간접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 냄새나 소리와 같은 표지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가이고, 두 번째는 만약 위 첫째 질문에서 소리나 냄새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할 때, 제2조에서 말하는 “그래픽 표시가능성”이라는 요건은 냄새가 (a) 화학식, (b) 설명(출판물), (c) 샘플 기탁에 의하여, 또는 (d) 위의 방법 중 몇 가지의 결합에 의하여 재현되는 경우에 충족되는 것인가이었다.


    유 럽사법재판소는 2001. 11. 다음과 같은 의견을 내 놓았다.  그래픽 표시라는 요건이 등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등록원부를 열람하는 자가 명료하고 간결하고 알기 쉽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제한 뒤, 따라서 위의 (a)부터 (d)까지의 형태는 모두 이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a) 화학식은 물질의 냄새를 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물질 그 자체이고, 그러한 화학식은 충분히 알아볼 수도 없고 명료하거나 간결하지도 않으며 단지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러한 화학식으로부터 냄새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b) 냄새의 설명서의 경우 그래픽 표시를 구성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명료하고 간결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 말로 설명하는 것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것은 “막 자른 잔디의 냄새”라는 말이 너무나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거절하였던 Vennootschap 사례에서와 같은 결론이다.  (c) 냄새 샘플을 기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지침 제2조의 취지상 이는 그래픽 표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향기 성분은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불안정하고 내구성이 적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냄새는 증발하여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 언급되었다.  (d) 화학식, 설명서, 샘플의 기탁은 그 자체로 그래픽 표시가능성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런 것을 조합하더라도 명료성 및 간결성과 관련하여 그래픽 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등록원부의 열람자는 더 혼란스럽고 여러 형태의 조합은 표장에 대해 있을 수 있는 상이한 해석의 숫자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이 는 설명서의 제출만으로 냄새상표의 등록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실무와는 상반된 결론이다.


    위 판결은 유럽과 우리의 상표법이 다르기는 하지만, 상표를 등록하여 공시하는 기능이 상표권 부여 절차에 있어서 필수적이라는 공통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실무에서도 그대로 타당한 결론으로 생각된다.


    소 리상표의 경우 미국에서는 (1) 음조 또는 음표, (2) 음악에 동반된 단어들, (3) 단순히 구두로 사용되는 단어나 단어들(예컨대 라디오나 TV오락프로그램을 식별하는 용어)를 소리상표로 등록보호 한다. 그러나, 음표는 음악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만 음악 그 자체가 아니므로, 역시 상표 그 자체가 등록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래픽 표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또한 소리상표의 디지털 레코딩(예컨대 mp3 파일)이 출원형태로 사용되는 경우 연구자나 심사관만이 소리상표를 듣고 비교할 수 있을 뿐이며, 특허청으로서는 이런 형태의 상표를 보전하는 상당한 수단을 마련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된다.


    (다) 침해 판단의 모호성 및 다른 법률과의 저촉 문제


    위 와 같이 등록에 있어서 명료한 표현 형식이 없다는 것은 이러한 상표의 침해 판단에도 영향을 준다. 두 개의 냄새와 두 개의 소리 간에 또는 냄새·소리와 다른 시각적 표장 사이의 침해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그 기준도 불분명하다.


    소 리상표의 경우 저작권법과의 관계도 문제된다. 소리상표의 경우 창작성이 있으면 저작권법에 의하여 일정 기간 동안의 보호를 받도록 할 수 있고, 그 보호기간이 중단된 후에도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한 보호가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상표권을 통해 영구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영구보호한다고 할 때 저작권법상 보호기간을 둔 취지가 몰각될 수 있고, 저작권자와 상표권자간의 이해충돌의 문제도 발생할 수 여지가 있다.

    냄 새상표의 경우 특허권과의 관계도 모호하다. 기능적 냄새의 경우 상표등록이 거절되기는 하나, 일정한 물질의 특허보호기간이 만료되어 공중이 사용할 수 있게 된 후에도 냄새상표의 보호를 통해 동일한 상품에 유사한 냄새를 가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특허권 보호기간을 영구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 라서 소리상표와 냄새상표의 도입을 논하기 위하여는 다른 법률과의 저촉이나 중복 보호 문제에 대한 사전연구가 더 필요하다.


    (라) 냄새·소리의 고갈가능성


    무 엇보다도 좋은 냄새와 소리가 선점됨으로써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용품 등 일정한 상품의 경우 유사한 향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러한 냄새를 일정한 상표권자가 선점하게 되는 경우 후발주자는 그러한 향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됨으로써 독점을 강화하는 한편, 유용한 냄새의 고갈시킬 우려가 있다.


    (마) 소결


    결 국, 냄새상표나 소리상표는 심사·등록 절차상 여러 가지 문제가 많고 이에 관한 연구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냄새상표나 소리상표의 경우 상품의 식별기능이 검증되어 있지 않아 상표권 보호의 필요성 조차 의심스럽다.  나아가 소리상표와 냄새상표를 허용하면, 유용한 냄새·소리의 독점을 강화하여 불필요한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높이고, 심사·등록상 비용의 증가로 결국 사회적 부담만 안겨줄 여지가 많다.  따라서 냄새상표와 소리상표의 경우 충분한 연구가 전제되지 않고는 도입을 논할 수 없으며, 미국이 이번 FTA에서 요구하더라도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집행 규정의 강화에 대한 의견

    (1) 현행법상 집행규정


    특 허법, 상표법 등 산업재산권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에 의하면, 각 법에 보호하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 권리가 침해된 경우 권리자는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침해자를 상대로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침해의 우려가 있는 경우 침해예방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침해행위 금지 및 예방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 침해행위에 제공된 설비의 제거 기타 침해의 예방에 필요한 행위를 청구할 수 있다.  침해금지 또는 예방의 청구는 본안소송만이 아니라 가처분 절차에 의하여도 가능하다.


    저 작권법에 의하면 위와 같이 침해금지 또는 침해예방을 청구하는 경우 또는 저작권법에 의한 형사기소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원고 또는 고소인의 신청에 의하여 보증을 세우거나 세우지 않게 하고, 임시로 침해행위의 정지 또는 침해행위에 의하여 만들어진 물건의 압류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동법 제91조 제3항).


    각 권리가 침해된 경우 민사법 일반원칙에 따라서 인정되는 범위에서 권리자는 침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더 나아가 각 특별법 별로 손해액의 추정, 과실추정, 생산방법의 추정 등을 두어 권리자의 입증책임을 덜어주고 있다.


    상 표권을 제외한 나머지 권리 침해죄의 경우에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으며, 특허권 및 상표권 침해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저작권 침해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컴퓨터프로그램저작권 침해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 질 수 있다.


    (2) 미국의 예상 요구 사항 및 문제점


    (가) 처벌강화 및 친고죄 폐지


    미 국은 USTR 보고서에서 2004년에는 한국을 우선감시대상국으로, 2005년과 2006년에는 감시대상국으로 열거하고, 지적재산권법의 집행을 강화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용은 상설적인 단속업무와 처벌강화 및 저작권법상 친고죄 조항의 폐지이다.  미호주 FTA의 경우에는 저작권 및 상표권을 상업적 규모로 의도적으로 침해한 경우 당국은 직권으로 권리자의 정식신청 없이도 형사사법절차를 개시할 권한이 있다고 하여 친고죄의 폐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특허법의 경우에는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며, 저작권 침해의 경우 일정한 침해액수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 륙법계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저작권법은 인격권적 측면과 사권적 측면이 강하며, 따라서 저작권침해죄의 경우에는 형사소추절차에서 권리자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뜻에서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권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국가기관이 나서서 저작물을 사용한 자를 처벌할 필요는 없다.  권리자는 오히려 잠재적으로 자신의 저작물이 이용되는 것을 원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한 저작권이 공익적 측면에서 지식정보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면, 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한 이를 최대한 사회적으로 활용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권리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적인 창작물이 널리 이용되는 것은 사회적인 손실이 아니라 효용이다.  저작권 침해는 결국 저작물을 이용하는 행위로서 통상의 절도와 달리 저작물의 사회적 효용을 높이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으므로,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하여까지 처벌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상업적 규모의 침해라도 그 의미가 불분명하므로 이렇게 제한된 범위에서의 친고죄 폐지도 수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 법정손해배상제도


    또 한, 미-호주 FTA의 내용을 보면,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때 권리자가 제출한 침해상품 및 서비스의 적합한 가치평가기준(권장 소비자가격 포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여,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법원의 재량을 제한하며, 우리 저작권법이나 상표법에는 없는 확정손해배상액제도(pre-established damages) 및 부가적 손해배상제도(additional damages)의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이나 상표법은 기본적으로 권리자의 통상 손해 또는 침해자의 이익을 선택적으로 청구하되 위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는 법원이 변론전취지를 참작하여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저작권법 제93조 및 제94조, 상표법 제67조).  반면 확정손해배상액제도란 미국법상의 법정손해배상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권리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때에 피해자의 손해 또는 침해자의 이익 대신 법정손해배상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저작권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손해입증이 어려운 경우 저작권자의 손해에 대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적절한 보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부가적 손해배상제도는 저작권 침해가 있는 경우에 실제 손해 외에 법원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손해액을 부가적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우리의 경우 법원이 변론의 취지를 참작하여 상당한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하여 시행하면 될 것이고, 굳이 위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또한 법정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 법체계에는 맞지 않으며, 손해배상제도에 관한 민사법 일반원리를 변경하는 문제이므로, 쉽사리 도입하기 어렵다.


    (다) 일방적 구제절차


    또 한, 보전조치로서 상대방 청문절차 없이 이루어지는 일방적 구제절차 (inaudita intera parte)를 두고, 특허집행 관련 보전조치의 경우 각 국은 특허가 유효하다는 번복될 수 없는 추정규정(즉, 의제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하여 권리행사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위의 일방적 구제절차는 우리법에는 없는 제도이다.  우리법에서 인정하는 지적재산권 침해금지 가처분의 경우 민사집행법상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서, 이러한 가처분은 변론기일을 열거나 채무자가 참여하는 심문기일을 두도록 하여 채무자의 청문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다만, 그 기일을 열어 심리하면 가처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상대방의 절차 참여 없이 가능할 뿐이다(동법 제304조).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에서 채무자에게 이러한 청문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다툼의 대상에 관한 가처분보다도 채무자의 법률상 지위가 가처분에 의해 불안정해 진다는 점을 고려하여 채권자, 채무자간 이익형량을 도모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채무자의 청문권을 보장하지 아니하는 일방적 구제절차는 권리자에게 지나치게 치우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특허권 유효 의제규정까지 두게 되면, 특허권이 등록된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처분이 언제나 인용됨으로써 침해자로 주장된 채무자는 상당히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더구나 특허결정의 위법이 중대명백한 경우, 예컨대 신규성이 없어 무효인 경우에는 민사법원도 직접 특허의 무효를 판단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은 의제규정에 의하면 명백히 공지의 발명인 경우에도 가처분이 인용될 수 있어 불합리하고, 특허권의 30% 이상이 이의신청이나 무효로 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특허등록된 것만으로 특허권의 유효를 의제하는 것은 무리이고, 이는 행정법원과 민사법원 간의 관할에 관한 기존 이론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중대한 예외를 인정하여 특허권자를 우대하는 것이며, 시의적인 상품판매 및 자금회전의 긴요함을 고려할 때 그 효과가 매우 위력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일방적 구제절차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한 편, 위 일방적 구제절차가 미국법상의 일방적 압수명령(ex parte impoundment order) 제도를 의미한다면 이를 수용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미국법상의 일방적 압수명령제도란 법원이 일방 당사자의 주장만을 심리하여 상대방에게는 참여 기회없이 압수명령을 발부하는 제도로서 저작권 침해자의 침해활동의 증거를 확보하는 데 그 주된 목적이 있다.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가처분신청시 침해물의 압류 등만이 가능하므로, 압류결정이 있다고 하여 압수, 수색까지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압수명령제도는 한국법 체계에는 이질적인 제도이고 이는 사실상 형사상 압수수색에 해당하고 헌법상의 영장주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 쉽사리 그 도입을 고려할 수는 없다.

분쟁해결규정에 대한 의견

    미 국-칠레 FTA, 미국-싱가포르 FTA, 미국-모로코 FTA, 미국-중앙아메리카 FTA (CAFTA), 미국-바레인 FTA, 미국-호주 FTA 등 미국이 체결한 FTA에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제소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호주 FTA 제21.2조는 다음과 같다.


이 협정에서 달리 정하였거나 양 당사국이 달리 동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협정의 해석이나 적용 또는 다음 각호에 관한 양 당사국 사이의 모든 분쟁의 조정이나 회피에는 이 장의 분쟁해결규정을 적용한다.

    (a) 다른 당사국의 조치가 이 협정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경우,

    (b) 다른 당사국이 이 협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또는

    (c) 협 정과 불일치하지 않는 조치의 결과로, 제2장(내국민대우 및 상품에 대한 시장접근), 제3장(농업), 제5장(원산지 규정), 제10장(서비스에 대한 국경 무역), 제15장(정부 조달) 또는 제17장(지 적재산권) 에 따라 부여되었다고 합리적으로 기대한 이익이 무효화되거나 침해된 경우.


    여 기서 (c)항이 바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제소를 인정한 규정인데, 이것은 트립스 협정에 대한 회원국의 합의를 무시한 것이며, 무분별한 분쟁의 남발로 인한 주권 침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독소 조항이다.


    WTO 체제는 분쟁해결을 위한 제소를 허용하면서 (i) GATT 규범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가 있거나(위반제소: violation complaint), (ii) 어떤 체약국의 무역관련 조치나 상황이 GATT를 위반하지는 않지만 다른 체약국의 기대이익이 침해된 경우(비위반제소; non-violation complaint) 2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WTO 체제 하의 트립스 협정 제64.3조는 비위반제소가 지적재산권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유보하고, 협정 발효일로부터 5년 이내에 트립스 이사회에서 비위반제소 문제를 검토한 후 각료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였다.  2005년 홍콩 각료회의까지 트립스 이사회와 각료회의는 비위반제소 문제에 대한 확정된 결론을 내지 못하였고, 그 대신 비위반 제소의 범위와 세부절차에 대해 트립스 이사회가 검토를 계속하고, 그 동안에는 트립스 협정에 따른 비위반 제소를 WTO 회원국이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하였다1).  따라서 한미FTA에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제소를 인정한다면 이것은 홍콩각료회의의 합의를 어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지 적재산권에 대한 국제조약이나 협정 등이 비위반제소와 무관하다는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견해가 일치한다.  트립스 이사회에서 비위반제소 문제를 논의할 때에도 이것을 트립스 협정에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나라는 단 하나 미국뿐이었다.  유 럽과 캐나다는 비위반 제소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신중한 검토를 하기 전에는 이를 도입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며, 모든 개도국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비위반제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미국이 비위반제소의 인정을 주장하는 주된 목적은 트립스 협정 제8조에 따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는 개도국 정부의 조치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일방적인 논리와 다른 국가의 공공정책을 파괴하려는 의도로 협상력이 약한 나라를 상대로 한 FTA에서 미국이 관철한 독소조항 ‘비위반제소’가 한국의 지적재산권 분야에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원 래 비위반제소는 상품 및 서비스 교역상의 양허표를 상정하여 고안된 것인데,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실체적 내용으로 하는 트립스 협정이나 FTA의 지적재산권 협정은 이러한 양허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비위반제소를 인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또한, 트립스 협정과 트립스-플러스(TRIPS-Plus) 형태의 FTA2)는 권리 보호의 범위나 대상에 대한 당사국의 주권적 결정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당사국의 주권적 결정으로 인한 상대국의 이익 침해나 무효화를 보완하기 위한 GATT 23:1(b)3)와 같은 조치가 필요하지도 않다.


    비 위반제소를 인정하는 WTO 규범에도 그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엄격한 절차적 제한을 두고 있다.  즉, 협정에 위반되지 않는 어느 당사국의 조치에 대해 비위반제소를 하는 자는 제소를 정당화하는 상세한 근거(detailed justification)를 제시해야만 하고, 특정 조치가 협정 조항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협정상의 이익을 무효화하거나 침해한다는 판정이 내려진 경우에도 해당 당사국이 조치를 철폐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4)  그러나 미국이 체결한 FTA에는 이러한 중요한 요소는 빠진 채 비위반제소를 할 수 있다는 내용만 들어 있거나, 약간의 제한을 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5).


    비 위반제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제소의 원인이 되는 ‘기대되는 이익의 무효화 또는 침해’의 의미와 범위가 막연하고 불분명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분쟁이 가능하고, 다국적 기업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다른 나라 정부의 합법적인 조치 예를 들면, 세금 부과, 광고 규제,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시정 조치 등을 문제로 삼을 수 있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새 로운 경제, 문화, 환경, 보건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나, 저작물의 공정이용을 넓게 인정하거나 특허권의 권리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법원의 판결들이 모두 비위반제소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  또한, 일방적인 분쟁절차의 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허법이나 저작권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권리 제한 조치들이 억제될 수 있고 다국적 기업의 제소를 피하기 위해 공공 정책이 위축되고 주권이 훼손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가 2001년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를 상대로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의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청구하였을 때, 다국적 제약사는 한국 정부가 강제실시를 허용한다면 특허권자가 기대했던 이익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WTO 하의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6).



1) WT/MIN(05)/DEC 22 December 2005 “45. We take note of the work done by the Council for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pursuant to paragraph 11.1 of the Doha Decision on Implementation-Related Issues and Concerns and paragraph 1.h of the Decision adopted by the General Council on 1 August 2004, and direct it to continue its examination of the scope and modalities for complaints of the types provided for under subparagraphs 1(b) and 1(c) of Article XXIII of GATT 1994 and make recommendations to our next Session. It is agreed that, in the meantime, Members will not initiate such complaints under the TRIPS Agreement.”


2)  트립스 협정 보다 더 높은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FTA.



3) GATT Article XXIII (Nullification or Impairment Paragraph) 1. If any contracting party should consider that any benefit accruing to it directly or indirectly under this Agreement is being nullified or impaired or that the attainment of any objective of the Agreement is being impeded as the result of (a) the failure of another contracting party to carry out its obligations under this Agreement, or (b) the application by another contracting party of any measure, whether or not it conflicts with the provisions of this Agreement, or (c) the existence of any other situation, the contracting party may, with a view to the satisfactory adjustment of the matter, make written representations or proposals to the other contracting party or parties which it considers to be concerned.  Any contracting party thus approached shall give sympathetic consideration to the representations or proposals made to it.



4) DSU 제26조 제1항.



5)  예컨대, 미국-칠레 FTA 제22.14조, CAFTA 제20.15조, 미국-호주 FTA 제21.10조는 GATT 제20조의 일반적 예외에 따른 조치는 비위반 제소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미국-호주 FTA 제22.1(1)조는 지적재산권 분야의 비위반제소에 적용되는 분쟁해결절차를 체약국들이 수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6) TRIPs 협정은 외국의 특허권자가 그 국가의 국내법을 적용받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특허 보호의 최소 기준을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특허 보호로부터 특허권자에게 주어지는 그 국가 시장에 대한 상업적 접근이라는 특정한 기대도 부여하고 있습니다. …(중략)… 특허권자가 상업적으로 자신의 특허를 사용할 수 있다는 특허권자의 기대는 TRIPs 협정에 의해 보호됩니다. 따라서, 어느 WTO 회원국이 TRIPs 협정에 근거하여 부여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자신의 이익이, 타 WTO 회원국이 취한 조치에 의해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감소된다고 믿는다면, 이는 WTO 다자간 분쟁조정제도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제실시권의 허가로 인하여 특허권자의 기대가 무너지는 만큼, 강제실시권의 허가는 일반적으로 GATT 1947에 규정된 국제 무역 규칙과 불일치하게 되며, 특히 TRIPs 협정에 부합하지 않게 됩니다.


결론

    미 국이 한미 FTA에서 지적재산권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자국의 법률을 한국에 이식하고 미국의 문화자본과 산업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미국 통상법은 FTA의 목적이 미국과 동일한 지적재산권 규범을 상대국에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미 의회 보고서에서도 상대국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면 자국 산업의 이윤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상대국에게 가장 공격적인 내용을 요구하는 미국에 비해 우리 정부는 한미 FTA를 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1차 공식 협상을 불과 한달 앞둔 시점에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한국측 협상 수석대표는 미국이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하라고 하는데, 우리는 아직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할 정도이다.  문화관광부와 특허청, 보건복지부도 이제서야 한미 FTA에서 미국이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무엇을 요구할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외부 연구용역을 의뢰할 지경이다.  이렇게 준비도 안된 한국 정부가 미국에 4대 선결과제를 미련없이 내어주고 FTA를 하자고 미국에 매달리는 이유를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미 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했던 FTA나 미국 무역대표부의 무역장벽보고서, 스페셜 301조 보고서 등을 통해 드러난 내용만 보더라도 한미 FTA를 체결하면 한국 사회는 미국 연방의회가 제정한 법률을 시행하는 그야말로 주권을 포기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문화적 토양은 무너질 것이고 정보나 지식에 접근할 민중의 권리와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권은 여지없이 파괴될 것이다.


    한 미 FTA 협상을 당장 중지해라!  그렇지 않으면 역사와 민중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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